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등이 제주도 오연준군의 '고향의 봄'을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판문점 공동취재단 천진영(이뉴스투데이)] 남북 정상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을 기념하고, 온 겨레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의지를 굳건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 환영사를 통해 "분단의 상징 판문점은 세계 평화의 산실이 됐다. 이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오늘처럼 남북이 마주 앉아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걸어서 온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6시 40분께 평화의 집 3층 연회장에서 진행된 환영 만찬은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비롯한 남북 양쪽 수행원을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북측 만찬 참석자는 주로 남쪽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김 위원장을 가까이서 핵심적으로 보좌하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만찬장 입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중에 들어와 자리에 착석했다. 

환영 만찬은 남의 대표적 국악기인 ‘해금’과 북의 대표적 악기인 ‘옥류금’의 합주로 막을 열었다. 첫 번째 곡으로는 북측에서 연회의 시작 음악으로 많이 사용하는 '반갑습니다'를 연주했다. 이어 통일을 바라는 흥겨운 노래인 '서울에서 평양까지', '아리랑' 순으로 진행됐다. 

연주 시작되자 헤드테이블에서 담소 나누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내외는 이내 공연에 집중했다. 헤드테이블의 좌석 배치는 문 대통령 왼쪽으로 김정숙 여사, 김영남 상임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부위원장, 오른 쪽으로는 김 위원장, 리설주 여사, 임종석 실장, 김여정 제1부부장, 정의용 실장이 착석했다.

이어 고민정 부대변인의 소개로 제주 초등학생 오연준 군의 독창 무대가 펼쳐졌다. 오 군이 부른 故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기대와 소망이 있는 곳을 말하며 화합과 평화, 번영의 길을 의미한다.

리설주 여사는 만면에 웃음을 띄고 노래를 감상했다. 김여정 부부장도 매우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오 군의 목소리를 감상했다.  

김 위원장은 노래가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리설주 여사를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오 군이 두 번째로 부른 노래는 고향의 봄이다.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부부장은 한층 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오 군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김 위원장도 간주시간에 오 군에게 관심을 보였으며, 공연이 끝나자 손을 높게 올려 박수로 화답했다.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환영사를 한 뒤 '위하여'로 건배제의를 하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이후 남북 정상의 만찬 환영사가 이어졌다. 

먼저 문 대통령이 "역사적 사명감으로 우리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매우 보람있는 하루였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 대통령은 "북측 속담에 ‘한 가마 먹은 사람이 한 울음 운다’고 했다. 우리는 찾아준 손님에게 따듯한 밥 한끼 대접해야 마음이 놓이는 민족이다. 오늘 귀한 손님들과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나누고 귀중한 합의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하게 돼 기쁘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준비한 평양냉면으로 저녁의 의미를 배가시켰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전력을 다한 남북 관계자들과 남북 8000만 겨레 모두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귀중한 합의를 이뤘다.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진심을 다해 대화했다. 마음이 통했다. 우리는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 공존하는 새 길을 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남북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함께 받아 나가야 한다는데 함께 인식을 같이했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갈 역사적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오늘처럼 남북이 마주 앉아 해법을 찾을 것이다. 김 위원장과 나는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로 대화하고 의논하며 믿음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도 답사 통해 역사적인 하루를 기념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뜻을 확고히 했다. 

김 위원장은 "짧은 하루였지만 문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 소중한 결실은 온 겨레에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진정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력과 의지는 시대의 역사 속에서 높은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김영철 부위원장이 박수를 유도했으며 모든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김 위원장은 "합의한 대로 수시로 때와 장소에 가림이 없이, 그리고 격식 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다. 필요할 때에는 아무 때든 우리 두 사람이 전화로 의논도 하겠다"고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이 땅의 영원한 평화를 지키고,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만들어 나가려는 나와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모두의 의지에 달렸다. 우리가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그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꼭 보여주고 싶으며, 또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온 겨레의 공통된 염원과 지향과 의사를 숨기지 말고, 불신과 대결의 북남 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잡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남북 정상 내외가 환송공연 '봄이 온다'를 보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환영 만찬이 끝난 오후 9시 10분께부터 환송 공연이 시작됐다. 

야간 행사인만큼 약 20여개의 대형 라이트가 설치됐다. 좌석은 평화의 집 정면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배치됐으며,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가 앉는 VIP석은 약 50센치 높이 부감대 위에 마련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앞줄에 서고,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는 서로 손을 맞잡고 뒷줄에서 레드카펫을 밟으며 걸어 나왔다. 이때 배경음악으로 가수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가 흘러나왔다. 

내빈들의 큰 박수가 이어지고 두 정상 내외는 부감대에 올라 함께 박수를 치며 인사했다. 환송행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내외가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됐다.

앞마당을 밝히는 불이 꺼지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쓰리디(3D) 기술을 입힌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 쇼의 주제는 '하나의 봄'이다. 평화의 집 전면이 스크린으로 활용돼 하나 된 남북한의 봄을 그려냈다.

파도 소리가 들리고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지면서 무대 위 그랜드 피아노 연주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레이저 빔의 다양한 무늬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두 정상 내외 및 내빈은 시종 침착하게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종료 후 정상회담 주요 장면들이 평화의 집에서 플레이 됐다. 이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손을 서로 맞잡고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오후 9시 23분 두 정상 내외는 부감대 내려와 인사 나누며 대기 중인 차량까지 함께 걸었다. 아쉬운 듯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또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악수를 했고, 김 여사와 리 여사는 포옹했다.

오후 9시 26분 김 위원장 부부를 태운 차량이 북측으로 출발하자 국군 의장대가 '받들어 총'으로 예를 표했고, 김 위원장은 활짝 웃으며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김 위원장 차량은 오후 9시 28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 차량의 월경을 지켜본 뒤 전용차에 탑승해 청와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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