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에 남북의 화합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은 뒤 박수치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이뉴스투데이 천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남북 평화와 협력의 의지를 담아 공동 기념식수를 했다. 이번 공동 식수는 수종, 문구 등 우리 측에서 모두 제안했으며, 북측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시작된 공동식수는 남북 정상이 정전 65년 동안 ‘대결과 긴장’을 상징하는 땅이었던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군사분계선이 갈라 놓은 백두다간의 식생을 복원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동 식수한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이다. 지난 65년간 아픔을 함께 해왔다는 의미와 과거의 상추를 치유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첫 걸음을 상징힌다.

특히 공동 식수는 남북 평화와 협력의 의미를 담아 한라산과 백두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의 흙을, 김정은 위원장은 한라산 흙을 각각 뿌렸다. 식수에 쓰인 삽자루는 북한의 숲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침엽수이며, 삽날은 남한의 철로 제작됐다. 

남북정상은 직접 삽을 들고 흙을 뜬 후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이어갔다. 양측 수행원들이 박수를 치자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눴다.

식수 후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소나무에 뿌렸다. 두 정상은 소나무를 한참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를 담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정한 이 글귀는 한글 서예 대가인 효봉 여태명 선생의 글씨로 새겼다. 표지석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포함됐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를 산책을 다녀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남북정상은 공동 기념식수를 마치고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들어진 다리다. 비가 많이 올 경우 물골이 형성돼 멀리 돌아가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1953년과 1960년 사이에 설치됐다. 과거 유엔사는 ‘풋 브리지’(Foot Bridge)로 불렀다.

기존 일자형이었던 ‘도보다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T자형으로 재구성됐다.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결시켰다. 표식물은 임진강 하구 0001호에서 시작해 동해안 마지막 1,292호까지 200미터 간격으로 휴전선 155마일, 약 250킬로미터에 걸쳐 설치돼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산책 내내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도 몸의 방향과 시선은 서로를 향했다. 

두 정상은 도보다리 끝에 있는 101번째 군사분계선 녹슨 표지물을 잠시 돌아본 뒤, 4시 42분께 다리 끝에 설치된 의자에 단둘이 마주 보고 앉았다. 이후 오후 5시 12분까지 30분 동안 대화를 진행했다.

이날 공개된 산책 일정은 짧은 담소의 자리로 예상됐지만, 남북 정상은 도보다리에서 한참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이 오가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 앞까지 양 정상이 함께 산책을 한다는 것은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며 "특히 남북 정상이 배석자 없이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도보다리’가 ‘평화, 새로운 시작’의 역사적 현장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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