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신승엽 기자] “일찍 죽었으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못 봤을 텐데 너무 고마워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서 앞으로 6.25전쟁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7살 때 6.25전쟁을 겪었다는 김영복(75‧여) 씨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소감에 대해 이렇게 쏟아냈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27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서울역 시민들 표정엔 만감이 교차했다. 이날 남북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쏟아진 서울역 TV대합실에는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과 기자, 카메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9시 29분, 남북 정상이 손을 잡는 순간에는 모두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전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형남(77‧남) 씨는 “평화 통일은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그렇게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김예리(25‧여) 씨는 ‘신기했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김 씨는 “정상회담을 초등학교 때 처음 봤는데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서 “이번에는 보니까 그때랑 다르게 통일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긍정적인 소감을 전했다. 또 “(남북의) 문화가 너무 달라서 (통일이 되면 북한이) 흡수가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든다”면서 “전 세계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만큼 남북통일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서울역의 시민들이 TV에서 눈을 뗴지 못하고 있다.

‘회담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엔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악수하는 순간만큼은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두 분 모두 긍정적인 마음이 아니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느낌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됐다는 김유빈(16‧여) 양은 “평창올림픽이랑 지난번 남북 합동 공연 이후로 (정상회담이) 갑자기 진행돼서 놀라고 신기했다”며 “옛날에는 김정은이 안 그랬는데 이렇게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는 걸 보니까 앞으로 (남북관계가)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엔 “통일이 되는 건 싫다”면서 “(북한과 우리가) 맞춰가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날 정상회담은 외국인에게도 관심사였다. 자신을 주한미군의 아내라고 소개한 제니 윌슨(32‧여) 씨는 “이번 정상회담은 큰 진전(big step)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적인(historic)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서울역 TV대합실에는 많은 시민들과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 긍정정인 반응이었지만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남북 간에 이미 두 번의 정상회담이 있었던 만큼 회담에서 좋은 얘기를 해놓고 나중에 ‘말 바꾸기’와 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지방에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에 왔다는 함철규(35·남) 씨는 “양 국가의 수장이 나선 이상 비핵화, 경제협력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전에 앞과 뒤가 다른 행동들을 보여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회담에서) 뱉은 말이 전부 이뤄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TV를 통해 악수 장면을 지켜본 최민석(27‧남) 씨도 “예전에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했음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북핵 관련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묻는 질문엔 “북핵 포기 얘기는 저번 회담 당시에도 나왔었다”면서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보다는 북미정상회담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이 고향이라고 밝힌 허현호(63‧남)씨는 “문재인하고 김정은이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트럼프하고 북한이랑 얘기를 하는 게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두 번의 정상회담도) 다 소용이 없었던 이유가 미국이 빠졌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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