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해 5월 파업출정식에 나서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현대중공업에 '정리해고'의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다. '희망퇴직 반대' 명분으로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대량 해고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지부가 울산조선소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돌입하면서 사업 구조조정이 시급한 현대중공업의 경영 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내고 "압도적 찬성만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자 막가파식 경영으로 만신창이가 된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며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투표는 오는 27일 오후 1시까지 진행되며 재적 조합원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노조측 요구사항은 '고용안정', '강제 희망퇴직 반대' '2018년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등이다. 이들은 앞서 올해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안을 담은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제출하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반면 사측은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본급 20% 반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군산조선소를 비롯해 11개 도크 가운데 3개가 가동 중단된 현대중공업은 오는 8월 유휴인력이 2000여명으로 급증하게 된다. 사측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29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거대한 몸집만 유지한 채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은 정부의 조선 발전 전략과 관련, "채용을 늘리라는 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부정적 의견과 함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노조측은 "이번 투표는 회사의 강제 희망퇴직 조치를 막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희망퇴직을 해고 조장 경영행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조의 집단 행위가 다른 근로자들의 자발적 퇴직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이들이 자발적 퇴직을 신청할 때 고용보호만을 주장해온 노조들은 할 말이 없다"며 "파업으로 퇴직을 막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정리해고의 역효과만을 불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감에 맞게 덩치를 줄여야 함께 살 수 있다. 이미 희망퇴직한 근로자들은 바보들이 아니다"고 노조의 주장을 비판했다.

근로기준법 23~26조는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에 "당장 도크 부지를 팔아야 생존이 가능한 상황에 처한 현대중공업도 결국엔 정리해고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STX조선 노조가 고용 유지의 조건으로 75% 상당의 임금 감축을 합의한 바 있어, 현재 20% 기본급 삭감도 거부하는 현대중 노조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달 초 법정관리를 가까스로 면한 STX조선은 산업은행 500명 인력 감축 처방에 대응해 모든 근로자들은 5년 안팎의 무급 휴직과 임금 삭감 등을 감수하기로 했다. 이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조선업계에서 발전적 노사문화를 정착시킨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재 독일 등 선진국 노동관계법에서 규정하는 '긴급한 경영상 필요'란 원료부족, 수주감소, 합리화 조치, 기계의 도입, 생산방식의 변경 등 경제 변동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국 역시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회피 노력의무,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 노조와 50일전 통보 협의 등의 실체적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 정리해고 후 3년 내에 고용시 우선 재고용 의무도 부과되고 있어 법 형식상으로 다소 경직적이지만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아무리 경직적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생사가 달린 문제까지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도 파업이 강행되고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정리해고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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