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은지 기자] KT가 또다시 CEO리스크에 직면했다. 황창규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데 이어 이번에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를 받으면서 'CEO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회장 전임 수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한 전적이 있는 데다 KT 현직 CEO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남중수 전 KT 사장은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8년 자진 사퇴했다. 2013년에는 이석채 전 회장이 회삿돈으로 11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며 물러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황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 사안으로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퇴진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7일 오전 황 회장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으로 소환해 불법 정치자금 후원 혐의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2017년 국회의원 90여명에게 4억3000여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에 대해 황 회장이 직·간접으로 관여했는지를 추궁했다. KT 측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현금화하고, 여러 임원의 이름으로 이를 나누는 등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 자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해서다. 

KT 불법 정치자금 후원 대상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55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관련 입법 사안과 통신 부문 예산 등을 각각 담당해왔다. 경찰은 KT 측의 불법 후원금이 로비 명목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014년 초 취임한 황 회장은 지난해 3월 최순실 게이트 여파를 극복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애초 예정대로라면 2020년 3월까지 3년의 임기를 보장받아야 한다.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KT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 원을 출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 씨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정농단에 가담한 차은택 씨의 지인을 낙하산 임원으로 받아들이고, 최씨 측 광고대행사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혐의도 받으면서 황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렸던 상황이다. 

시민·노동단체들로 구성된 KT민주화연대, KT 2노조인 새노조 등은 KT CEO리스크가 재현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황 회장의 퇴진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황 회장이 '정치자금 기부의 대가성 여부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퇴진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KT정관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이사직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의식하듯 KT는 올해 주총에서 CEO 선임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내세운 '이사회 권한 방안'을 통과시키고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주총에서는 심사 기준에 후보의 '기업경영 경험'을 명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했다. 

또 KT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인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전 수석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단순한 '측근'을 넘어 '친구'이자 '동반자'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때문에 황 회장이 이들을 '바람막이'로 내세워 문재인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퇴진 압박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찰은 황 회장의 조사를 마친 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일부 국회의원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들이 돈의 출처가 KT 법인자금인 줄 알면서도 후원금을 받았는지를 추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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