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도입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13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예연구원, 이규진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 책임연구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최영석 전기차사용차협회 이사,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상무, 이주창 환경부 대기환경과장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환경부가 주최하는 전기차 엑스포인 'EV 트렌드 코리아 2018'이 열리는 가운데,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미부착 차량 등의 운행을 제한하는 내연기관차 운행제한 제도(LEZ)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부과금을 차등 지급하는 친환경차 협력금제, 자동차 제작사에 의무적인 판매량을 할당하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등 3가지 방안을 내놨다.

자동차 제작사 측은 규제 대신 전기차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모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 102호에서 '친환경차 도입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환영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의 발전이 눈부신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휘발유나 경유차 등 내연기관 차량 대신 전기차를 운행하면 대기오염 물질이 98%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실장은 "환경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세제·보조금과 충전소 확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재정적 제도 외에도 친환경차 보급을 늘릴 수 있는 비재정적 혜택과 기술 공유 등 여러가지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이규진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 책임연구원의 'LEZ 소개 및 효과'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예연구원의 '친환경차 협력금제 소개 및 효과'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소개 및 효과' 순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이 책임연구원은 한국형 LEZ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LEZ는 지난 2009년 수도권 노후 경유차 배출의 선택적 집중 관리와 노후 경유차의 저공해화를 유도하기 위해 특별법에 반영됐다"며 "하지만 10여년 동안 초기 설계와 크게 바뀐 부분이 없어 아직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교통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LEZ 도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LEZ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미부착 차량 등의 운행 제한 규정으로 공해차량운행제한 지역을 지정·운행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 노후 경유차 배출을 선택적 집중 관리하고 노후 경유차의 저공해화(DPF, 엔진교체)를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28조의2'에 의거해 마련됐다. 2005년 이전 등록된 총 중량 2.5톤 이상 경유차 중 저공해 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1990년대부터 LEZ을 운영 중이다. 스웨덴은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도심지 인체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 최초로 LEZ를 도입했다. 일본은 2000년, 영국은 2008년 시행했고 현재 유럽 중심으로 총 10여개국 300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보단, 사전 정책 예보를 통한 자발적 친환경차 교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LEZ을 시행한 모든 지역에서는 평균 15%의 대기개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임연구원은 "LEZ는 생계형 사업차를 운행하는 서민들의 물류비용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며 "무조건적 억제와 규제보단, 한국의 IT 기술을 활용해 교통우심지역 대상을 선정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번째 주제발표에서 강 명예연구원은 친환경차 협력금제에 대해 설명했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란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에 부과금을 차등 부과하는 반면, 이들 물질을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에는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오염물질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이다.

당초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법률안을 공포하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2015년 1월 1일부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산업부담 등의 원인으로 2021년으로 유보됐다. 정부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만으로는 정부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에 대기오염물질을 포함하는 친환경차협력금제를 추진하게 됐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도와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기본 구조는 동일하다. 오염물질 대상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보너스-멜러스' 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조정해 마련됐다.

다만 강 명예위원은 제도의 대상오염물질을 선정할 때 인체위해성과 시급성, 비교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오염물질 측정 방안도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조금과 부담금 구간 선정 기준 역시 소비자와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여야 하고 재정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제도설계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강 명예연구원은 "친환경차 협력금제의 시행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입 경유차가 혜택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배출허용기준제도나 친환경차 보급 의무화제도, 에너지 가격, LEZ 등 기존 제도와의 중복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환경차 의무판매제와 동시에 시행될 경우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부연구위원이 친환경차 의무판매제에 대해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60년대 자동차 배기가스가 스모그의 원인이 되자 독자적인 환경기준을 채택하며 강력한 환경 규제를 시행한다. 무공해차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990년 무공해차 생산과 판매를 의무화하는 ZEN mandate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뉴저지와 벨몬트, 오리건주 등 미국 9개 주로 확대됐다.

ZEN mandate의 핵심 내용은 제조사의 무공해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제조사는 판매규모의 일정 비율로 산정된 무공해차 크레딧을 채워야한다. 자동차 제조사가 의무판매대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1크레딧당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2018년의 무공해차 판매 규모는 2014~2016년 3개년의 판매대수 평균을 고려해 정해진다. 일례로 올해 기준 판매 규모가 10만대인 제조사는 최소 500대의 무공해차와 3125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야 한다.

크레딧은 차종별 전기차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현대차 투싼 IX의 경우 4크레딧을, 닛산 리프는 2크레딧이 주어진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도 최대 1.3크레딧이 부과된다.

2014년부터 캘리포니아 ZEN mandate 도입 방안을 연구해 온 중국은 2020년부터 신에너지차 의무 생산 제도가 적용된다.

박 부연구위원은 "무공해차 의무 판매 제도는 친환경차 기술 진보를 유도하고 제조사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정책 도구로 활용돼 왔다"면서 "제도 실행 방안은 무공해차 기술의 지향점과 국내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세심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효과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선 주요 제조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가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차 도입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어진 토론회에는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상무,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최영석 전기차사용차협회 이사, 이주창 환경부 대기환경과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LEZ와 협력금제, 의무판매제 모두 민감한 사안"이라며 "LEZ는 차량 운전자에 대한 제한이고 협력금제는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의무판매제는 제작사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는 어떤 정책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 줄 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했다.

최 이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정책보단, 어떤 이익과 피해가 오는지가 중요하다"며 "협력금제는 불이익을 받는 소비자가 발생해 시장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의무판매제를 채택해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사무처장은 정부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배출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만들었지만 환경부는 집행하지 않았다"며 "경기도가 조례 공포를 거부할 당시에도 환경부는 아무것도 안했다. '입법부작위'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대형 화물차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하면서 유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작사는 수출하는 해외 국가의 규제를 맞추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며 "매년 평균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고 연비는 높아지고 있다. 2020년까지 맞추기로 한 1㎞ 주행당 97g 배출도 힘들다고 주장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과장은 "지금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한 정책"이라며 "전기차 보급 초기에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재정적인 수단을 도입했지만, 불과 몇년 사이에 전기차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다. 환경부는 매년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EZ나 의무판매제 한 가지 수단을 채택할 수도 있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조절·수용해 한국형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제작사를 대표하는 김 상무는 "더 이상 규제를 마련해서는 안된다"며 정책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 상무는 "친환경 자동차를 보급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다"며 "일본처럼 인센티브제로 가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은 올해 14조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38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환경 문제가 대두되다보니 제작사도 투자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협력금제나 의무판매제가 도입되면 일부 국산차 제조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협력금제는 친환경차로의 수요 이전 효과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미미하고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시행이 유예됐다"면서 "그 당시와 지금 바뀐게 없다. 오히려 노후 경유차를 없애기 위해 인센티브 혜택을 주는 것이 실효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의무판매제는 말이 안 맞는 제도"라며 "오히려 구매를 의무화해야 한다.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내 자동차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유연성을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내 완성차 업체 한 고위 관계자도 "한국의 자동차 시장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안들"이라며 "LEZ와 협력금제, 의무판매제 모두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오는 제도다. 제작사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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