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취임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속도전’보다는 ‘균형’과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탈원전'을 중심축으로 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이 선회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발언 중인 정재훈 사장.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유영준 기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원 사장 취임을 계기로 강경 기조로 흘러가던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취임식에서 정 사장이 에너지전환 추진에 대해 탈원전 속도조절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추진’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 관측도 제기된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전면 중단,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등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일 한수원 수장에 취임한 정 사장은 취임식에서 속도 조절론을 시사했다. 정 신임 사장은 “에너지 전환 정책은 60년 이상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하자는 것”이라며 ‘속도전’보다는 ‘균형’과 ‘안정’에 무게를 뒀다.

정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현재와 같은 원전 가동률은 곤란하다고 본다”며 “적정 수준에서 원전 가동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탈원전’에서 ‘에너지전환’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강경일변도였던 원전정책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던 터에 나온 것이어서 기조 변화에 무게가 실린다.

정 사장의 ‘신재생에너지와 원전간 균형’이라는 언급에서 ‘투트랙 전략’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사장은 취임식에서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되 신재생에너지산업과 원전 산업을 함께 끌어안는 균형 감각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까운 중국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던 석탄을 대체하기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병행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만 20기에 달한다. 100여기의 원전을 보유한 미국 역시 현재 4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다. 급진적 탈원전이 가져오는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추진’이라는 현실적 접근성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는 달리 정 사장이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전문 교수는 정 사장의 취임식 발언을 거론하며 “(탈원전에)강성인 것으로 추측된다”며 “에너지 전환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발언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정 사장)취임사에서 제시한 ‘원전 안전 운영’과 ‘건설’이란 경영방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 발언이 국내에 국한된 것인지, 해외 건설인지는 앞으로 분위기와 동향을 살펴가며 예의주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 사장의 원전 정책의 가늠자는 ‘월성 원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성 1~4호기는 지진 예방차원에서 2006년 9월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가 현재 다시 가동 중으로 폐쇄 여부를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한 전문가는 “정 사장이 어떤 원자력 정책을 구사할지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월성 원전 조기 중단에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를 보고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사장이 공식 취임하자마자 한수원의 1급 고위직 간부 144명 중 11명을 물갈이를 단행한 점에서 앞으로 강도 높은 원전 정책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취임 후 업무를 파악하고 임직원 면담을 거쳐 인사 조치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 조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반대하던 간부를 표적으로 삼아 보복성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한수원의 이번 인사 조치는 공공기관장의 정당한 권리 행사일 뿐”이라며 “탈원전 보복성 조치로 연결 짓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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