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배짱이 3기 입학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이 참여했으며 참가 신청은 30분만에 종료됐다. <사진=김은지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은지·구동환 기자] 애플에는 수 시간 동안 새 기기를 구입하기 위해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앱등이가 있다. 샤오미는 미펀(米粉)이라 불리는 자발적 영업맨(팬덤 문화)을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꼽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나이키는 남녀노소 충성도 높은 고객을 바탕으로 브랜드 볼륨을 유지 중이다. 

국내 배달 서비스 앱 1위 배달의민족에도 이에 못지않은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3기를 맞은 팬클럽 이름은 ‘배짱이’로 ‘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란 배달의민족 모토가 말하듯 1인가구가 늘고 배달음식이 보편화 된 점, 재기발랄한 B급 마케팅 등이 ‘그저 배달의민족이 좋아서 따르는 사람들’을 양산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배짱이는 팬클럽 1기 전승연 씨가 만든 이름이다. 

배짱이는 기업 서포터즈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배짱이들은 자발적으로 배달의민족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 뿐 아니라 배민문방구의 굿즈를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학생과 직장인, 음식점 영업주, 먹방(먹는 방송) 유튜브, 마케팅 관계자 등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직군도 다양하다. 거주형태로는 자취생 비중이 높다. 

배달의민족은 2016년 처음 배짱이를 모집했다. 당시 100여명, 경쟁률 1 대 1로 시작했던 배짱이는 2기에 150명이 추가돼 총인원이 250여명으로 늘었다. 올해 배짱이 3기 모집에는 무려 20만명이 온라인 응시 시험을 치뤘고 정식 지원 3000명, 이 중 400명이 합격하는 등 확대된 인지도와 치열한 경쟁 속에 배짱이 선발이 이뤄졌다. 배짱이 특전으로는 배민문방구 2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3기 배짱이에 선발된 성민지 씨는 “두 달 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며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배달의민족으로 달랬고, 배달의민족 마케팅이 마음에 들어 계속 찾아 보고 배짱이까지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은경 씨는 “배달의민족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단순한 배달앱이 아니라 문화와 코드가 마음에 들어서”라고, 송준엽 씨는 “배달의민족을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B급코드가 마음에 들고, 사람을 마음을 흔드는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대표 캐릭터 독고배달을 앞세워 ‘우럭회·빙수도 우리 민족이었다‘는 카피로 공중파 TV 광고에 진출했다. 또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라는 유행어를 ‘배민신춘문예’를 통해 탄생시켰고, ‘와인 파인 땡큐 안주?’ 라는 문구는 한 와인잡지에 실렸던 배달의민족 광고 카피이다.  

이보다 앞서서는 고구려 벽화 ‘수렵도‘를 패러디한 티저 영상을 방영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류승용이 등장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라고 외치던 장면은 배달의민족이 대중에게 각인되는 시발점이 됐다.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열린 배짱이 입학식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은지 기자>

6일 오후 7시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사옥에서는 100여명의 배짱이를 대상으로 한 ‘입학식’ 형태의 팬클럽 창단식이 열렸다. 기자도 임시 배짱이가 돼 이들의 활동을 함께 했다.

이날 행사는 올해 배짱이 입학식의 마지막 날이자 마케팅을 주제로 열렸으며, 수강신청이 30분만에 마감되는 등 높은 참여 열기를 보였다. 저녁 퇴근을 하자마자 달려온 직장인뿐 아니라 야간자율학습이 없는 날을 틈 타 참여한 고등학생, 경상·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배짱이들도 이목을 모았다. 

‘복고’를 콘셉트로 열린 이날 행사는 지난 1, 2기 배짱이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기획과 진행을 도맡았다. 배민스쿨 배정통지서를 통해 반과 번호를 부여받고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광란의 입학식’ 사진 촬영을 마치면 팬클럽의 일원으로 등록이 완료됐다. 

배짱이로서의 첫 공식 행보는 “위가 허락하는 그 순간까지 좋은 음식에 대한 고집을 지키겠다“, “배짱이는 다 함께 배불러가는 사회를 만들겠다”, “배달의민족 팬클럽의 일원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면서 살아가겠다”는 선서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직접 교장선생님으로 변장해 환영사를 전했다.

배달의민족은 배짱이들과 ‘함께, 자주 노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매년 ‘배짱이 환영회’가 열리고 연말이면 ‘배짱이의 밤’이라는 파티를 갖는다. 봄이면 함께 소풍도 간다. 지난해 봄 소풍 때는 김봉진 대표가 직접 김밥을 말아 주기도 했다. 공식적인 모임 외에도 소소하고 다양한 모임이 많이 있다. 

2016년에는 전국의 배짱이들이 자택 근처 땅을 파서 ‘흙’을 화분 에 담고 씨앗을 심은 뒤 ‘자’를 꽂아 배달의민족 사무실로 보내기도 했다. 흑자를 축하하는 ‘흙+자’를 깜짝 선물로 보낸 것이다. 이는 배달의민족 몰래 배짱이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실행한 일이다.

또 배달의민족 사옥을 이전 했을 때, 배짱이들은 머리에 리본을 달고 ‘인간화환’을 만들어 사옥을 방문하는 등 깜짝 이벤트도 펼쳤다. 스승의 은혜를 개사해 ‘배민의 은혜’란 곡을 부르고, 전국 각지의 코인노래방에서 녹음해 배달의민족에 선물하기도 했다.   

배짱이들은 단순한 팬 활동뿐 아니라 배달의민족의 브랜드 제품 ‘배민문방구’의 신제품 제작도 함께한다.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진 ‘짐캐리’ 여행용 캐리어 는 배짱이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제작된 바 있다.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열린 배짱이 창단식(입학식) 도전 배민골든벨에서 우승을 한 5반 참가자들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왼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구동환 기자>

이날 배짱이 스쿨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코너는 ‘도전! 배민 골든벨’이었다. 배달의민족 운영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을 맞추는 문제부터 사옥이 위치한 역 이름 맞추기 등 비교적 쉬운 문제들이 이어졌으나, 배민문방구 굿즈 중 안대에 새겨진 카피 문구 맞추기,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란 노래를 부른 가수 이름 맞추기 등 ‘고난이도 문제’에서는 다소 고전하는 배짱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패자부활전 끝에 우승한 5반에게는 민트색 배민라이더스 헬멧이 증정됐고 공식 행사도 모두 종료됐다. 하지만 2시간 30분이라는 입학식 시간이 아쉬워서인지 행사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댄스타임을 갖는 배짱이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도전 배민골든벨 우승을 차지한 5반의 송재석씨는 “배짱이 1, 2기를 보면 배달의민족을 좋아하는 마음이 다들 큰 것 같고, 시끌벅적한 입학식이 다 끝나고 나면 뭔가 꿈과 같이 느껴질 것 같다”며 “특히 오늘 같은 반 중 한명이 골든벨을 울려 민트색 배민라이더스 헬멧을 받았는데, 이 헬맷은 집에 고이 간직할 계획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최고자문위원(CAO)이자 마케팅 전문가 신병철 박사는 “기업과 소비자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며 “좋은 일에는 신이 나서 함께 기뻐해주고, 때로 궂은 일이 있을 때는 누구보다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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