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장례 절차가 지난해 12월 19일 진행됐다. 유가족이 운구차를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유교적인 문화가 뿌리내린 한국 사회에서는 상조가 중요하고 관심도 높아지면서 장의산업과 할부금융이 결합된 상조산업이 정식 산업으로 뿌리내린지 10여년이 지났다.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상조산업은 성장 만큼 그늘도 많다. 소자본 상조회사들의 난립으로 생긴 가입자 피해는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9년 상조회사 자본금 규제 강화로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상조산업의 앞날이 어둡다.

상조 업체 수는 2012년 307개에서 2016년 197개, 2017년에는 186개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소형사들은 폐업이 많고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성장 정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인해 등록 요건이 자본금 3억에서 15억으로 대폭 강화됐다. 선수금 적립도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등 기준 요건이 강화됐다.

장의산업이 활기를 띄면서 가입자 수를 보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2017년 말 기준 500여만 명에 선수금도 4조2000억 원이 넘었다.하지만 무분별하게 뛰어든 중소형 업체 뿐만 아니라 대형 상조업체마져 어려워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4분기) 중 바름상조, 예인라이프, 둥지 등 3곳이 경영난 등으로 폐업을 했다.

파인라이프는 소비자피해보상계약 해지를 이유로, 베젤은 6개월 이상 미영업의 이유로 각각 등록 취소, 직권말소됐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상조회사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했다. 2016년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 전까지 상조회사는 법정 자본금 3억 원 이상 기준만 충족시키면 별도의 자격심사 없이 지방자체단체 등록 후 영업이 가능했다.

낮은 진입장벽에 높은 수익성이 알려지면서 2010년 상조회사로 등록한 업체는 337개사에 달했다. 하지만 시장 정체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15년에는 228개사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상조에 가입한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고,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자본 상조회사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 개선을 위해 상조회사 등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후 지금까지 신규 등록은 단 한건도 없었다. 대신 수익성 악화로 인한 부도·폐업으로 지난달 기준 국내 상조회사는 162개사만이 남았다.

2016년 할부거래법 개정안에는 기존 등록 상조회사에 대한 자본금 증액도 요구했다. 3년의 유예기간 부여로 기존 상조회사는 오는 2019년 1월 25일까지 법적 자본금 15억 원 이상 기준을 충족 후 재 등록해야만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162개 상조회사 중 법적 자본금이 15억 원을 밑도는 곳은 전체의 88%인 140개사에 이른다. 이중 '자본금 3억 원'은 100개사에 달한다.

1년 정도 기간동안 12억 원 이상 추가 자본금을 충원하지 못하면 100개에 달하는 상조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셈인데, 자본증액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016년 자본금 증액 발표 이후 자본금 15억 원 기준을 충족한 업체는 지금까지 단 4곳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최근 대형 상조회사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소비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많은 회사들이 '상조피해구제사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상조피해구제사업은 상조회사가 부실로 문을 닫을 경우 다른 회사들이 피해고객의 법적 보상금(납입금 50%)만 받고 원래 계약한 서비스와 유사한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일례로 가장 보편적인 300만원짜리 상조계약을 체결해 전액 납부한 고객이 상조회사 부실로 150만원만 돌려받게 될 경우 타 상조회사에서 150만원으로 300만원짜리 상조상품을 제공한다.

자율적인 업계의 상조피해구제사업 동참은 환영할 만 하지만 당장 한가지 의문은 바로 상조회사의 원가다.

상조회사의 일반적인 영업마진은 15% 내외다. 영업마진과 함께 원가 중에 포함된 모집수수료 10%, 관리비 5% 등을 제한다고 해도 기본 원가만 150만원을 넘는다. 결국 상조피해구제사업에 동참해 300만원 상품에 가입된 피해고객에게 150만원만 받고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면 아무리 잘해도 손해가 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장 대형사들조차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고객 피해 보상을 위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소비자 분쟁 시비가 많았던 만큼 과거처럼 저가의 수의나 관을 고가로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최근에는 납골당 등에 고객을 소개하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리베이트 외에도 수익보전을 위해 장례식 현장에서 상품 업그레이드 전략도 펼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 부실 상조회사 계약에서 제공하는 상품의 질이 떨어지니 추가금액을 내면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유혹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상조회사의 상조피해구제사업 동참은 피해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 한해서라고 해도 피해고객을 또 다시 울리는 행위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단속이 시급하다. 공정위는 부실 상조사 난립에 칼날을 겨눈 주체로, 그로 인한 피해가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우후죽순격으로 상조회사가 수백 개 늘어났지만 이들이 소비자들을 현혹시켜서 가입시킨 후에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도망가거나 파산 시킨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소비자 피해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소비자 피해가 커지도록 방치한 잘못도 있다"고 말헀다.

조 회장은 "설립자본금을 15억으로 강화하고 선수금 보조를 위한 준비금 적립도 50%로 강화했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서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며 "2019년 1월까지 자본금 증자가 15억 원이 현행 상조회사 증자해야 하는데 업체 중 40~50개 중소업체가 이것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폐업해서 100만 명 이상 가입자 소비자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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