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민철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게 될 지주회사를 어느 계열사가 맡게 될지를 놓고 시장에선 설왕설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의 ‘자발적 개혁’ 시한을 지난해 연말에서 올 3월 주주총회로, 한 차례 연장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지배구조 개편을 미룰 수 없는 처지다.

여전히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안갯속이지만 개편 과정에서 정 부회장에게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향후 경영 승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파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와 ‘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 ‘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중 핵심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구조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시장 안팎의 관측을 종합해 보면 지배구조 개편이 현대차(자본금 1조5000억원)와 현대모비스(4900억원), 현대글로비스(187억원) 등을 중심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78%의 현대차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다.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33.88%를,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5.17%)와 현대모비스(6.96%)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차(2.3%), 기아차(1.7%)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핵심 순환출자 고리 회사들에 지분율은 비교적 낮지만 현대모비스를 통해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현대차의 지주회사 격이라는 점에서 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였다. 이는 가장 간단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방안이기도 하다. 오너일가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매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이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거나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현대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쥐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가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그로비스 보호예수는 지난해 풀린 상태다.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기존 전망과 달리 현대차가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현대차’도 지주사 후보군에 올라 있다. 재무적 여력이 큰 데다 대량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의 주력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력한 지주사 후보로 지목한 것이다. 그룹내 계열사 중 자본금과 시가총액이 가장 높아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작용한다.

통상 상표권 수익은 지주사의 대표적 수익원으로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상표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 6.96% 전량 내지 5.17%를 상속받아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를 위해선 모비스의 지분 확보 비용보다 수 배 가량 더 든다는 점에서 이같은 선택지도 불분명하다.
 
정 부회장이 2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개편도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가 반조립 제품(CKD) 사업부를 매각하고 이 매각대금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다. 정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로 가까스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KB증권은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CKD 사업부를 매각하고 해당 매각대금을 활용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며 “정 부회장→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형성되면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한 포석이 놓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적 위치에 놓이게 되면 오너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또 현대글로비스가 CDK를 매각하려면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매각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한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계열사 중 오너지분율이 가장 높은 만큼 운신의 폭은 높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대내외 환경 속에서 글로비스 호실적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글로비스를 통한 막대한 지배구조 개편 비용을 주도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다.

재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어느 계열사를 중심으로 흐를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현대차그룹이 사업 방향 등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 개편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 현대차그룹 개편이 경영승계 고려와 막대한 개편 비용, 절차적 시간 등 종합적인 판단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상당폭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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