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 양재동 본사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자신을 개인투자자로 밝힌 한 주주가 주총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현대차그룹이 '재벌의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인 3월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순환출자구조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는 등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주총은 의장을 맡은 이원희 현대차 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자동차산업 또한 일부 신흥 시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낮은 성장률을 보이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친환경차 전용 라인업 '아이오닉'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150% 성장했고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며 지난해를 되짚었다.

이 사장은 "국내 시장은 적극적인 고객 신뢰 회복 추진 및 고객 중심의 신차 출시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반등세를 이뤄냈다"며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도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판매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완성차 사업 고도화 기반의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해 기존의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기술 및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쟁우위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영업보고와 감사보고는 이 사장의 인사말로 갈음했다. 곧바로 투명경영위원회 활동내역보고가 이뤄졌다. 투명경영위원회는 경영투명성 관리를 위해 각 사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이사회 내 독립적 의사결정기구다.

이유제 투명경영위원회 담당위원은 "2015년 주주소통 강화와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설치된 투명경영위원회는 투명성 및 전문성 제고와 경영진, 투자자간 소통확대 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위원회는 국민연금 등 주요 투자기관과의 면담으로 주주의견을 청취하고 이사회에 전달해 권익 보호 및 이익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또 주요 거버런스 자문 관련 기관과도 현대차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위원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주주환원 확대와 소통강화, 투명성 증진, 전문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주총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건 및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위원회 선임건, 이사보수한도 승인건으로, 주총 결과 하언태 울산공장장(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과 이동규 김앤장 법류라무소 고문, 이병규 이촌 세무법인 회장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의원 재선임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지난해와 동일한 150억원으로 승인됐다.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4000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한 주주는 "지난해는 정치적 문제와 사드 등 유난히 이슈가 많은 한해로 기업활동이 힘들었다"며 "판매가 감속되고 수익성이 악화돼 주주로서는 다소 아쉬운 상황이지만, 신차의 지속 출시와 품질 개선, 친환경차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해달라. 올해는 실적이 개선돼 배당규모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원안대로 승인되기를 재청했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주총은 한 소액주주의 질문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개인투자자라고 밝힌 한 주주는 "현장에 현대차 직원이나 관련인들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대표 기업이고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두루뭉실 넘어갈 필요가 있나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최근 지배구조가 순환출자구조로 돼 문재인 정부의 압력이 있는걸로 안다. 이번에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건지 대책이 궁금하다"며 물었다.

의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 사장은 "사전에 미리 공지한 상황이라 주총에서는 현안만 간략하게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배구조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 사장은 "주주총회에서는 상정된 의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돼 있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들이 3월 주총에서 발표하는 자발적 개선안이 미흡할 경우, 그간 대기업 실태 조사 등을 토대로 하반기부터 규제 도입과 강력 제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이날 주총에서 완성된 지배구조 개선안은 아니더라도, 개선 작업을 위한 움직임이 동반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다만 데드라인까지 다소 시간이 남아있어, 현대차그룹이 이달 안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처진다.

이후 윤중식 우리사주조합장은 특별발언에서 "성과급 지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조합원의 애사심과 재산증식을 위해서라도 우리사주 지급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추가적인 검토 후 별도로 답변 드리겠다"고 답했고, 폐회 선언으로 50회 주총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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