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미니밴(Minivan)'하면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투박한 디자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많은 승객을 태우거나 짐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은 듯한 외관 디자인은 '마이카(MY CAR)'로서 매력을 반감시킨다.

최근 들어 미니밴을 향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가 선호하는 단순 승합차에서 여행·레저용 차량이나 패밀리카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여행 시즌이 다가오는 봄과 가을에 미니밴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많아진다. 때문에 허리가 요란하게 긴, 촌스러운 디자인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겹다.

쌍용자동차가 올해 1월 출시한 2018 코란도 투리스모는 이같은 추세를 잘 반영했다.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거친 덕분에 다목적차량(MPV)보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가깝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대형차에 걸맞는 존재감을 뽐낸다. 하지만 둔해보이지 않는다. 강인한 실루엣으로 다이내믹하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전면부의 넓찍한 보닛은 웅장하면서도 당당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확대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차체가 커보이는 듯한 효과를 준다. 하늘로 뻗어 비상하는 날개를 형상화한 숄더윙 라인의 프런트 범퍼는 좌우로 길어보이는 디자인을 완성하고, 동시에 SUV 스타일을 표현한다.

LED 주간주행등은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의 크롬 라인과 연결돼 일체감 있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한다. 라디에이터 그릴 각 라인마다 입체감을 부여한 세심함도 눈길을 끈다. 포지셔닝 램프와 주간주행등이 통합된 LED 램프는 고급스럽고 역동적이다. 하단부의 안개등은 와이드 & 슬림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측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의 경우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코란도 투리스모 최초로 18인치 휠이 적용됐고 속도감이 느껴지는 스퍼터링휠은 시각적인 감성을 만족시킨다. 뒷 타이어 상단 부분에 부착된 쌍용차 고유의 'T' 배치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측면부의 포인트 아이템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색다르다. 운전석 정면에는 계기판, 센터페시아 상단부에는 내비게이션이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센터페시아 상단에 메인 계기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그 아래 부착됐다. 물론 운전석 정면에도 속도와 연료 효율, 주행 가능 거리 등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표시하는 디지털 클러스터가 있다.

'센터클러스터' 방식은 주행 중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 설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미 토요타자동차 프리우스나 시트로엥 C4 피카소 등 일부 수입차 모델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 금방이다. 직관성을 높여주고 스티어링휠에 시야를 방해 받지 않아도 된다.

디스플레이는 7인치다. 수치상으로는 차체에 비해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주행 시 불편함은 없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5150mm, 1915mm, 1815mm다. 휠베이스(축거)는 3000mm다. 3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확보한 실내 공간은 확실히 넓다. 9인승의 시승차는 4열 더블 폴딩을 적용해 더 여유로운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4열로 구성된 시트는 플랫, 폴딩, 더블폴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2·3열 시트는 폴딩 시 이동 중 회의테이블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 2·3·4열을 모두 폴딩할 경우 3240ℓ의 적재공간이 확보된다.

디자인과 인테리어만으로 만족할 순 없는 법. 코란도 투리스모는 30년이 넘는 역사의 '코란도' 정통성을 계승하면서 '여행'을 뜻하는 이탈리어어 '투리스모'가 합쳐져 탄생했다. 작명에서부터 여행을 같이 할 좋은 동반자라는 자신감을 뿜어낸다.

시승 코스는 서울시 역삼동을 출발해 강원도 고성까지 편도 약 197km로, 도심과 고속 주행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2.2ℓ e-XDi220 디젤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의 E-트로닉 7단 자동 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0.6km/ℓ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코란도 투리스모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낮은 엔진음이 깔리면서 계기판의 바늘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공차 중량은 2.3톤으로 한 덩치하지만, 답답한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민첩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가속 구간에서 변속기 반응은 이질감 없이 매끄러웠다. 위협적인 차체 크기지만, 탁 트인 시야 확보 덕분에 초보 운전자도 무리없이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시속 100km 속도의 주행에서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미니밴이라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탄력적이고 부드러웠다. LET(Low-End Torque) 콘셉트를 기반으로 개발된 코란도 투리스모는 저속구간인 1400rpm부터 지지치 않는 가속감을 뽐내지만, 일정 속도에 도달하니 힘이 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극한의 스피드를 체험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상관없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운전자의 드라이빙 감성을 자극하는 차량이 아니다. 여행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전륜 더블위시본과 후륜 독립현가 멀티링크 방식을 채택해 요철 구간에서 충격을 적당히 흡수, 부드럽게 통과했다. 잔진동과 소음도 잘 걸러준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진가는 의외의 타이밍에서 발휘됐다. 예상치 못한 폭설에 전자식 4WD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었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4WD 시스템이 탑재돼 눈·빗길과 오프로드에서 전천후 주행 능력을 뽐낸다.

스티어링휠 왼편에 위치한 전자식 4WD 시스템은 2H(후륜구동)에 맞춰져 있었다. 눈이 빠른 속도로 쌓이자 버튼식 조작으로 4H(고속 4륜 구동)로 전환했다. 미끄러짐 없이 차분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오르막 구간에서 바퀴는 헛돌지 않았고 단단한 접지력을 뽐냈다. 믿음직스러웠다. 윈드실드 하단부에 열선이 내장된 와이퍼 결빙방지 장치는 시야 확보에 큰 도움을 줬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강화된 편의사양도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이 신규 적용돼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미러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와이파이(Wi-Fi)를 통해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의 모든 앱(App)을 양방향으로 즐길 수 있다. 아울러 라디오 주파수 자동 변경, 라디오 실시간 음원 저장 기능과 음성인식기능으로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특히 ETCS(하이패스) & ECM 룸미러도 전 트림 기본 장착돼 편리한 장거리 주행을 지원해 줬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강점은 이게 끝이 아니다. 연간 자동차세는 6만5000원(11인승 모델 기준)으로 경제성을 갖췄다. 6인 이상 승차 시에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마음껏 달릴 수 있다.

세련된 디자인, 동급 유일의 4WD 시스템, 최신 편의사양, 합리적인 가격으로 완전 무장한 코란도 투리스모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해 못내 아쉽다. 과거 시장 진입에 실패한 로디우스의 후속작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과소평가의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디자인부터 사양까지 로디우스와는 전혀 다르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혹은 한 짐 가득 싣고, 산으로 바다로 부담없이 떠나기 원하는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018 코란도 투리스모는 9인승 모델 TX 트림이 3076만원으로, 기존 모델 대비 31만원 인상에 그쳤다. 아웃도어 에디션과 RX는 각각 4만원, 19만원 인상된 3249만원, 3524만원이다. 11인 모델은 KX 트림이 33만원 오른 2838만원이다. TX와 RX는 각각 31만원, 44만원 인상된 3041만원, 3524만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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