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금융업을 인가 받아 발행어음 시장에 홀로 진출한 한국투자증권은 11.6%의 ROE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농협중앙회의 채용비리가 무혐의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딘기금융업 인가가 보류된 상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투증권 본사(왼쪽)과 NH투자증권(오른쪽) 본사 <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19일 발표한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사' 가운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한국투자증권(11.6%)이 유일했다.

한투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524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21.5%성장했다.

NH투자증권은 7.5%, KB증권은 6.4%, 삼성증권은 6.3%, 미래에셋대우는 6.1%의 ROE를 기록해 한 자릿수에 그쳤다.

ROE는 기업이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 경영효율성을 나타낸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11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획득하며 '발행어음' 시장에 홀로 뛰어들었다.

단기금융업은 만기가 1년 내인 어음의 발행, 매매, 인수 등을 하는 단기적인 금융업을 뜻한다. 단기금융업 가운데 발행어음은 핵심 사업으로 분류된다.

발행어음은 금융사가 저축상품 가운데 단기에 고수익을 올리면서도 예금보호를 동시에 보장하는 단기상품이다.

회사채에 비해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자금 조달이 수월하다는 점에 있어 금융사가 눈독을 들이는 어음이기도 하다.

발행어음의 영향력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투증권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11월 5000억원어치 1차 발행어음을 출시해 이틀 만에 팔아치웠다. 이어 한투증권은 발행어음을 추가 출시해 9000억원의 판매량을 지난해 달성했고, 올해 말까지 4~5조원으로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증시호황과 사업 다각화에 다른 증권사도 호황을 누렸다고 평가되지만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은 한투증권을 제외한 4개 초대형 IB사와의 차이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미래에셋은 내부거래 문제로 단기금융업 인가가 보류됐다. 사진은 삼성증권 본사가 속해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삼성전자 사옥(왼쪽)과 서울 을지로 소재의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사진제공=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이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한 4개사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단기금융업 인가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증권의 실질적 대주주로 판단하고 이 회장의 재판을 대주주 결격 사유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최종심까지 갈 가능성이 남아있어 단기금융업 인가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때문에 단기금융업 신청이 보류됐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을 가진 미래에셋컨설팅의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도 공정위의 조사가 마무리돼야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KB증권은 현대증권의 합병 때문에 발행어음 인가가 보류됐다. KB증권이 인수한 현대증권이 2016년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2억87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의 이력이 발목을 잡았다.

KB증권은 지난달 11일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자진철회 했다.

KB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IB에 강점이 있던 KB증권과 WM에 강점이 있던 현대증권의 시너지 효과가 아직 지속되고 있어 단기금융업 인가에 급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철회의 배경을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지분의 49.1%를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의 김용환 회장의 채용비리 수사가 단기금융업 인가의 족쇄로 작용했다.

김 회장의 혐의가 무혐의로 밝혀졌음에도 7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정은 상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23일 '2018년도 검사업무 운영방향 및 중점검사방향'을 발표하고 △초대형IB의 발행어음 판매 및 기업신용공여 확대 등 신규 영위업무 확대에 따른 관련 경쟁 심화로 리스크 관리 실패 가능성 △발행어음 관련 투자자보호체계 구축의 적정성 △쏠림현상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및 구분계리 등의 적정성 점검 유동성 위기 시 대응방안 △신용위험 확대 시 대응체계 등의 감독을 예고해 단기금융업 인가가 더 깐깐해질 예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당국이 엄격심사를 예고하는 가운데 재심사에도 약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해 인력과 자본 등의 준비를 다 갖춰놓았는데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초대형IB 4개사의 단기금융업 인가는 여전히 안개 속인 가운데 당국과 업계에서 어떤 움직임이 감지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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