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은행권 채용비리에 날카로운 칼을 겨누던 금융감독당국이 어째 저축은행에 대해선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임직원 규모가 보험이나 증권 등에 비해 턱없이 작으며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검사 제외 대상인 외국계 기업이 다수라고 핑계 댄다.

당장,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 보험·증권사 등에 대한 점검에 착수하겠다는 감독당국의 그동안 보인 태도에 반하는 행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보험·증권·저축은행을 담당하는 개별 검사국을 통해 업권별 채용 시스템과 임직원 규모를 파악해 왔다. 최근 들어 금감원은 저축은행권까지 채용 비리 관련 검사 확대는 한계라고 결론 지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경우 공개 채용보다 수시 채용이 많고 직원 규모도 보험이나 증권에 비해 훨씬 적어 직접적인 제보를 토대로 검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보유한 금융통계정보시스템상 저축은행 임직원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9,000여명이다. 생보사와 손보사를 합한 보험업게의 5만5,000여명이나 3만5,000여명 수준인 증권 업계에 비해서 턱없이 적은 숫자다.

79개 저축은행 중 임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 곳은 26개정도이며 1,000명이 넘는 곳은 OK저축은행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저축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관련 검사 중단의 이유를 두고 금융권에 대형 저축은행의 상당수가 외국계 기업이란 점 때문에 금감원이 점검을 꺼린 탓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실제 외국계를 제외한 대형 금융사들 위주로 제2금융권 채용 비리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 일곱 곳 중 외국계 기업은 SBI·JT친애·OSB저축은행 등 일본계 세 곳과 미국계인 애큐온저축은행을 포함해 총 네 곳이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관련 구체적 정황이 담긴 채용 비리 제보가 접수되면 즉시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는 금감원이 먼저 조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감독당국이 운영하는 금융회사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서류심사·면접 결과 조작 △채용 관련 청탁이나 부당한 지시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등의 제보가 들어와야 비로서 움직이겠다는 의미다.

반면, 대형 보험사나 증권사를 겨냥한 점검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 본격 시행한다.

금감원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금융사들은 갖가지 억측들을 내놓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내부 조직운영면에서 큰 고민을 안고있다. 최근 팀장 및 팀원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새로 부서에 배치받은 이들의 업무 파악에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해졌다. 나아가 설 연휴까지 겹치면서 상당한 업무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당장의 검사 착수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채용 비리에 대해서 엄정 조사를 주문한 만큼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권을 상대로 즉각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저축은행업계를 한바탕 뒤집을 것으로 알고 긴장해 왔다. 하지만 검사에 나서야 할 감독당국의 내부 인사 문제가 맞물리면서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을 재배치하면서 이들이 들고 싸워야 할 무기들이 제대로 지급 되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금감원의 이같은 준비 미흡이 피검 주체인 저축은행에겐 다소 안도되는 상황이 연출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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