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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맡겨진 고객 자산은 17조원에 달한다.

300만명의 자산이 몇 안되는 거래소에 맡겨져 있는 반면 해킹의 위험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 정부 차원의 거래소인가제 도입과 업계 공동의 배상기금 조성 등 자구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해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의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코인체크가 해킹당해 5억3000만 달러(5700억 원) 상당의 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 코인이 사라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상 최대의 가상화폐 절도 사건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열풍을 냉각시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가상화폐 거래소도 해킹 공격을 당해 18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가 무단 인출됐다.

11일 이탈리아 거래소인 비트그레일(BitGrail)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자체 조사 결과 신생 가상화폐의 하나인 나노(Nano)1700만개가 무단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단 인출된 나노의 당시 가치는 1억7000만 달러(1850억 원) 상당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도 지난해 2건의 해킹 공격을 당해 그간 빗썸이 수집한 이용자 정보 3만1506건과 빗썸 웹사이트 계정정보 4981건 등 총 3만6487건이 유출됐다. 탈취당한 계정 중 266개에서는 가상통화가 출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해킹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지난 1일 빗썸 압수수색 후 압수품을 차로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이 개인정보 파일을 암호화하지 않은 채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하고, 백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발생 이후 비티씨코리아닷컴은 법령 위반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자발적으로 3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방통위는 빗썸에 개인정보 보호조치 부실 책임을 물어 과징금 4350만원과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했으나 금액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회원 수가 많은 거래소인 빗썸이 고객 자산 8조원으로 가장 많고 거래량으로 1위인 업비트가 7조원 상당을 예치하고 있다. 이 두 곳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 점유율이 90%에 조금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자산은 17조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거래소 업체들의 업력이나 규모에 비해 고객 예치 자산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각 거래소들은 고객 자산의 10%만 해킹당해도 전체 고객 자산을 100% 보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유빗은 고객 자산의 10%를 해킹으로 탈취당했다며 파산을 선언했다.

해킹에 대한 가장 간단한 방책은 당장 거래에 필요하지 않은 고객 자산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초단타나 단타 거래를 많이 하는 탓에 콜드월렛에 보관 못 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전체의 97%를 콜드월렛에 저장하지만 빗썸은 80% 정도만 콜드월렛에 저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보안 수준을 확 높일 수 있는 거래소인가제 도입이 필수라는 전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9~12월 암호화폐 거래소 10곳을 대상으로 보안 취약점을 점검한 결과 점검 기준을 통과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안은 무한히 드는 비용이기 때문에 기준이 없으면 등한시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차원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보험사들은 거래소의 해킹 리스크를 측정하기 어려워 손해배상 보험을 제공하기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공동으로 일종의 예금보험 같은 해킹사고 배상기금(펀드)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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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계 곳곳서 가상통화를 '투기'로 규정하고 경고음 높이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들이 가상통화를 위험한 투기자산으로 평가하고 자칫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음을 높였다.

다음달 주요 20개국 경제수장들이 모이는 회의에서도 규제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앞서 6일 독일 괴테대 연설에서 비트코인을 버블과 폰지 사기, 환경재앙을 합친 데 비유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앞으로 금융안정성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선제대응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 입 메르셰 이사도 8일 가상통화 관련 파생상품으로 관련 시장과 기존금융체계간 연결이 확대되고 있으며, 자칫 가상통화시장이 무너지면 기존 금융체계에서 유동성이 마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5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높은 투기적 자산으로,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상통화 투자는 사적인 판단이라고 유보적인 태도였던 ECB 에발트 노보트니 정책위원도 법 규제가 필요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지난달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처리지연, 가치 불안정성으로 정상적인 지급수단으로 이용이 어렵고,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 투기수단에 가깝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열기가 뜨거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장도 "가상통화 투자는 도박"이라고 규정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국내 총생산(GDP) 대비 비트코인 보유량이 세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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