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화큐셀코리아 진천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시종 충북지사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 남성우 한화큐셀 대표의 안내를 받아 회사 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한화그룹>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화큐셀 방문은 고마운 일이지만, 시장을 잃게 된 회사로서는 앞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21일 청와대가 미국의 세탁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에 대해 양국간 양자협의를 진행중이지만, 에너지업계에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플랜은 중국 태양광업체만 배불리는 정책으로 국내 기업들은 갈 곳이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올해 첫번째 대기업 방문으로 한화큐셀 진천 공장을 선택한 것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와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부합하는 모범 사례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화큐셀이 최근 500명의 직원을 추가채용한 것과 관련 "업어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치하했으며, 노사 양측과 함께 '일자리창출 공동선언' 행사를 갖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이에 앞서 1500명 직원의 3조 3교대 근무를 4조 3교대로 개선해 근로시간을 주 56시간에서 42시간으로 25% 단축, 줄어드는 근로시간 만큼 직원 5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 또 임금 역시 90% 이상 보존키로 했다.

특히 이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안내한 것과 관련, 한편에서는 "미국 세이프가드로 공장 폐쇄 위기에 처한 회사의 오너로서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한 심정이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2.5GW(누적 용량)를 넘는 한국산 등 수입 태양광 셀 제품에 대해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는 이미 세이프가드가 예상됐던 세탁기에 내려진 조치로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신성장 산업이 포함된 것에 대해 업계는 패닉이다.

한국산 태양광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15.6%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의하면 미국이 수입해온 태양광 제품 규모는 총 83억달러 가량인데 이 가운데 한국산 제품은 13억달러를 차지했다. 

이는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말레이시아(36%)에 이어 2위로 중국산 태양광 제품이 이전부터 수입제한조치를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한국만 '핀셋 제제'에 포함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라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신성이엔지 등 국내 수출 업체는 사실상 13억달러 수준의 시장을 잃게 됐다. 반면 시장점유율 80%를 자랑하는 중국산 제품은 재생에너지 3020 플랜을 틈타 국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수출은 시작 단계에 불과한데 일본은 빠지고 중국과 함께 한국이 제제 대상이 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중국산 제품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나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진천 공장은 2015년 5월 착공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해왔다. 여러 차례의 투자와 증설을 통해 현재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 규모는 연간 3.7GW다. 셀 생산규모는 세계 1위로 개별기업 단위로는 미국시장 점유율에서 선두를 달리던 회사였다.

문 대통령은 “한화큐셀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또 혁신성장을 이끌어가는 그런 기업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남성우 한화큐셀 대표이사는 “올해는 전체 판매량이 계획한 것보다 50%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한화큐셀은 현재 전세계 40개국에 영업망을 갖춰 70개국에 모듈을 납품하고 있는 만큼 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그동안 미미했던 국내 태양광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만큼은 중국산 제품이 차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1000원짜리 한국산 태양광 판넬과 500원짜리 중국산이 있다면 농민들의 경우 어느 제품을 구입하겠느냐”며 “정부 차원에서 제로금리 혜택을 받는 중국업체와 산업용 전기료 상승에 허덕이는 한국기업이 경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이 “트럼프 방한 당시 정부의 3불 정책 등으로 한미간의 신뢰가 깨진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엔화 약세 등 아베정부의 양적완화에도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시장이 사라지는 판에 노조와의 상생을 외치기 보다는 한미간의 깨어진 신뢰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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