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민철 기자]한국지엠(GM)사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리면서 정부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공적자금 투입과 쌍용차 사태 등의 전례를 감안하면 후폭풍을 오롯이 정부가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원 찬성 쪽은 지역 경제 타격과 대량 실업사태 등의 이유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GM의 불투명한 재무구조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투명하지 않은 외국 기업에 국민 혈세를 투입해선 안 된다”는 부정적 여론도 비등하다.

과거 정부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산업에 대해 긴급 처방을 내려왔다. 그럼에도 한국GM 사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여론 향배가 우호적이지 않는 데 있다.

한국GM의 과도한 이자비용과 납품가격, 연구개발(R&D)비용 등 의혹 해소 없이는 부정적 여론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정부와 산업은행이 실사 시기와 방법을 놓고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종 의혹에 대한 자료 공개는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을 전해지면서 국민적 여론은 더욱 싸늘하다.

의혹을 받고 있는 고금리 대출은 한국GM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GM에 462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한 대목이다. 한국GM은 국내 은행권이 대출을 거절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체 차입금 이자율의 두 배가 넘는 연 5% 이자율을 적용한 점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R&D비용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적자보다 많은 1조8580억원을 R&D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누적 손실 2조6000억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납품가격 문제도 지적된다. 한국GM이 비싼 가격에 부품을 들여와 반조립 형태의 차량으로 만들어 수출할 때는 원가 수준의 싼 가격으로 판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GM과 GM본사와의 재무적 관계 부분에서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자금지원과 세액공제 등 정부 지원책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 국민적 여론도 좋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리스크를 감수해 지원할 의무도 없고 명분도 없다. 한국GM의 투명한 자료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한국GM의 투명한 자료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한국GM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실사해 경영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이 ‘2월 말 중대결정’을 선언, 자금 지원을 재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데는 대우조선해양이나 쌍용차 사태 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섣부른 지원이 우리 경제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안은 다르지만 정부가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4조2000억원과 7조원을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경영진의 횡령·배임과 분식회계 등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공적자금을 관리하고 회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산업은행 역시 상황을 방치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성장 가능성도 담보되지 않은 부실 외국기업인 데다 ‘근로자’를 볼모로 협박에 나서는 한국GM에 대한 정부의 손실 보전은 국민적 비판에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0년 전 쌍용차 사태 기시감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차가 유동성 악화로 우리 정부에 자금 지원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당시 쌍용차 기술과 인력을 빼가면서 사회적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한국GM의 ‘먹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금지원에 대한 부담은 더욱 크다. 글로벌 사업 재편으로 지난 2013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한 GM은 수익성이 낮은 시장 순으로 공장 철수를 단행해 왔다. 호주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았던 GM은 추가 지원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호주 공장을 폐쇄·철수하는 등 ‘먹튀’ 전례가 있어 기업 신뢰도마저 잃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측이 논리도 명분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에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모습은 국민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싸늘한 여론은 한국GM의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과 정부 등에 신뢰감을 높이는 GM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한국GM 사태에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심상치 않은 국민적 여론에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호남기반 여야 3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대책TF 구성, 지역 방문, 간담회 개최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날 대책 TF회의에서 “지역 경제와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경영구조 개선이라는 일관된 원칙과 해법을 세우겠다”며 “GM측 다른 나라 사례도 분석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찾겠다”고 말하는 등 원론적 수준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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