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민철·이세정 기자] ‘군산 공장 폐쇄’란 한국지엠의 벼랑끝 전술이 먹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군산 공장 폐쇄’가 경영정정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지역경제와 일자리를 볼모로 한국 정부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철수로 군산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공장 철수가 현실화 될 경우 협력업체 줄도산과 30만명에 달하는 일자리까지 위협받게 된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심판장이 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호남 중심부에서의 ‘압박 카드’는 정부여당을 자극시키기 충분하다. 이러한 정치·경제적 환경을 무기삼아 한국 정부를 겨냥한 벼랑끝 전술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지엠의 발표 시기는 절묘했다.

한국지엠은 대출, 재정 지원, 유상 증자 참여 등의 형태로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한국지엠에 이렇다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2조6000억원이 넘는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에다 재무구조에도 문제점이 노정돼 있기 때문이다.

◇누적적자 2조6000억원·회복 가능성도 낮은 ‘빈 깡통’ 한국지엠

배리 앵글 지엠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군산공장 폐쇄’를 언급하며 “한국지엠과 주요 이해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사업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지엠이 다음 단계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엥글 사장은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신규 대출·증자 등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달에도 한국을 찾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등과 면담했다. 고 차관과 면담에선 금융 지원과 유상증자, 재정 지원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이 우리정부에 총 3조원의 유상증자를 할 계획을 전하면서 지분 17%를 보유한 산은의 참여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산은은 지분 비율대로라면 약 5000억원을 추가 출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2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등 한국지엠의 최악의 경영 상황에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경영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3년 간 2조원 누적 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60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판매량도 52만4547대를 기록, 전년 대비 12.2% 줄었으며 내수·수출은 13만2377대, 39만2170대로 각각 26.6%, 5.9% 감소했다. 군산 폐쇄 결정을 내린 같은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국내 자동차 산업 월간 동향에서도 경차 스파크 및 중형 말리부의 부진으로 전년 동월(1만1643대) 대비 32.6% 감소한 7844대 판매에 불과했다.

당장 신차 생산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에퀴녹스를 들여오면서 캡티바를 단종키로 한 상태다. 또 현재 캡티바가 생산되는 부평공장의 공장 가동률은 90%대 아베오와 트랙스, 말리부 등도 함께 생산 중이지만, 당분간 신차 생산 계획이 없어 가동률 저하는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70%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 중인 창원공장은 오는 2020년 다마스와 라보를 단종한다. 두 차종이 한국지엠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대지만, 이를 대체할 신차는 미정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이 GM이 생산한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단순 유통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라는 자구책을 꺼내들었다”면서 “하지만 ‘구조조정 전문가’인 카허 카젬 사장을 임명하고 수입 모델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한국지엠 내부적으로도 한국 시장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깜깜이 ‘한국지엠 재무구조’…‘먹튀’ 가능성도

더욱이 한국지엠이 산은의 경영자료 공개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추가적 재무사항 파악조차 어려워 정부도 무작정 지원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산은이 한국지엠에 대규모 손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주감사권을 행사했지만 불발되기도 했다. 

한국지엠의 재무구조는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이 한국지엠의 지난 4년간 연결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 GM홀딩스로부터 총 2조4033억원의 원화대출금을 차입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조8875억원은 5.3%의 이자율이 적용됐고, 나머지 5158억원은 4.8%가 적용됐다. 한국지엠이 지급한 이자만 2013년에 990억원, 2014년 1000억원, 2015년 1100억원, 2016년 130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는 국내 완성차업체의 통상 차입금 이자율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현대차는 1.49~2.26%, 기아차는 0.19~2%중반, 쌍용차는 0.3%~3.51% 정도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국지엠이 지난 2014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산은이 한국지엠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지엠의 ‘먹튀’를 막을 수 없는 입장이다. 산은이 확보했던 한국지엠의 주요 정책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이 지난해 10월부터 상실한 상태여서 한국지엠이 전면 철수를 결정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외국계 회사인 만큼 정부의 강제가 통하지 않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실제 지엠은 호주 정부로부터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 받아 호주 공장을 운영했지만 2013년 지원금이 끊기자 곧바로 철수한 ‘먹튀’한 전례가 있다.

◇ 뒤통수 맞은 정부,‘한국지엠, 협의하자’시간만 벌어

정부는 이날 한국지엠의 발표에 일단 관계부처 차관들이 긴급 회의를 갖고 한국지엠측에 공동 실사를 제의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엠으로부터 뒷통수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지엠의 결정이 우리 정부나 산은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12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한국지엠 철수설에 대해 “지엠의 투자가 먼저다. 이윤 구조를 가질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 가능성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직후 한국지엠의 공장 폐쇄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한국지엠의 벼랑끝 전술이 이런 압박이 먹혀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방적인 군산공장 생산중단 및 폐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한국지엠의 지난 수년간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지엠측과 협의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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