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중국 '후' 매장. <사진제공=LG생활건강>

[이뉴스투데이 오만학 기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은 지난해 국내 화장품업계의 성적표를 둘로 나눴다. ‘사드 핑계’를 댄 기업들은 시장의 예상처럼 전년 대비 실적이 저조했던 반면 ‘고급화 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했던 기업들은 역대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거나 위기를 선방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입국자 수는 105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특히 전체 방한 관광객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417만명으로 같은 기간보다 48%나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롯데·신라 등 주요 면세점 매출 역시 전년 대비 평균 20~30% 감소했다.

이는 국내 화장품업계 타격으로 이어졌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영업손실 1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12% 감소한 20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손실 48억원으로, 12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던 지난해와 비교 무려 177억원의 손실을 봤다.

토니모리는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관광) 관광객 감소와 중국 사업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잇츠한불도 지난해 영업이익 450억원으로, 전년(908억원)보다 반토막났다. 매출과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34% 떨어졌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사드 악재로 실적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 역시 사드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2705억원, 영업이익 930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관광객 수 감소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후’와 ‘숨’ 등 고급 브랜드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돋보이는 성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후'는 LG생건의 전체 화장품 매출(3조3111억원) 3분의 1 수준인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감소했지만, 중국과 북미 시장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 46% 성장하며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선방 역시 고급 라인 ‘설화수’의 고성장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설화수는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50%로 급격하게 뛰어올랐다.

지난해 9월 외국계 투자기관 ‘크레디리요네(CLSA)’가 중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향후 1년 내 새로 구입할 의사가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후’와 ‘설화수’를 각각 2위와 4위로 꼽았다. 이들은 ‘현재 가장 많이 구입하는 기업’을 묻는 물음에서도 ‘아모레퍼시픽(3위)’과 ‘LG생활건강(8위)’이라고 답했다.

이지용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럭셔리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라면서 “사드 이슈로 화장품 업계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화장품 주식이 여전히 높은 가치(Valuation)를 받는 이유는 럭셔리 중심으로 성장하는 중국시장이 유의미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고급 브랜드에 대한 중국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성장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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