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은행 본사,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본사, 서울 명동 소재 우리은행 본사 <사진제공=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지난해 은행권이 줄줄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금융·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순이익은 9조778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30%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금융·은행권의 최대 실적은 이자이익의 괄목할 만한 성장 때문이다.

4대 은행권이 기록한 이자이익은 25조88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6136억원이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1조4218억원을 이자 수익으로 채웠다. 이자수익만 놓고 보면 전분기 대비 343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KEB하나은행의 이자 수익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조1780억원이었다.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36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7조8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8%올랐다.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4분기 이자 이익은 전분기 대비 60억 줄어든 9660억원이었다.

순이자마진(NIM)의 개선도 4대 은행권의 실적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NIM의 개선 요인은 대출 금리는 올랐지만 예금금리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자수익의 증가는 지난해 증가한 대출 금리의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취급액 기준 연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3.46%로 전년대비 0.32%p뛰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대 가계대출 금리 상승폭이다.

또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3년 2개월 만에 3.6%대로 최고치를 갱신한 이유도 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3년 3개월 내 가장 높은 3.42%를 기록했다. 가계대출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가계대출을 조이는 정책을 펼치자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로 눈길을 돌렸다. 이에 중소기업 대출은 성장했고 은행의 이자수익을 늘어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17조원이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27조4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별로 전년대비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은 국민은행은 10.5%, 하나은행은 9.9%, 신한은행은 9.5%, 우리은행은 7.8%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중소기업 대출의 확대 기조는 정부가 주장하는 생산적 금융과 맞닿아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8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말 은행 기업대출은 788조6000억원이었다. 그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대비 3조6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전월대비 1조5000억원 오른 290조3000억원이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강화 전략도 이미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혁신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유관기관 및 기술보증기금과 '창업생태계 조성 및 일자리창출지원을 위한 혁신벤처기업 지원포괄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의 일환으로 국민은행은 16일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부응하고, 벤처를 지원하기 위해 혁신벤처기업 전용 대출상품인 'KB 혁신벤처기업 우대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벤처협회, 이노비즈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등 혁신벤처 유관기관이 추천한 혁신벤처기업이 지원대상이다. 해당 기업에는 연간 3000억원씩 향후 5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또 중소기업에게 신용등급 및 상품우대금리, 기술등급 우대금리, 일자리창출 우대금리 등 최대 2.8%p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하나은행도 중소·벤처기업 및 4차 산업혁명 관련분야 신성장 유망 기업에 금융 지원을 강화키 위해 1월 2일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상품 'Thanks to 기업대출'과 '산업단지 The Dream 대출'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소기업 대출의 성장은 부실화가 커 불안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KDB 미래전략연구소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와 부실 리스크'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중기대출 순증액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 평균 39조8000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동시에 보고서는 중소기업대출이 확대한 이후 4분기 째에 중소기업여신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인 점을 지적하며 중소기업 중심의 경쟁이 확대되면 부실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은행권이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부실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담보가 부족하고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은 금융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어 은행의 대출 심사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KDB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 부실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술력이 우수한 혁신기업이 금융지원에 소외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또 이번 은행권의 최대 실적이 이자 수익에 의존한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또는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대한 경영행보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비판이 등장했다.

은행권도 이 같은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최근 디지털화에 주력하는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은행권의 대출이자이익 중심의 경영행보가 과연 비이자이익 확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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