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넥슨·넷마블·엔씨 등 메이저 게임 3사의 매출 합산치가 국내 전체 게임업계 매출의 2/3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3사의 2016년 매출은 시장 전체의 절반에 못 미쳤으나 1년새에 비약적으로 상승, 시장을 과점한 것이다.

3사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보니 개발과 배급을 겸하던 게임사들 중 경쟁력을 잃고 배급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중견 규모 상장 게임사들 중 적자로 돌아선 곳이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중소 개발사들은 판로를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도산하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시장에 선보이는 유망 개발 자원의 수가 줄어들고, 이마저 메이저 업체들이 독식하며 중견업체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같은 현상이 생겨난 것은 코어 장르의 게임이 시장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자본력이 시장 경쟁의 키포인트가 됐기 때문이다. 점차 악화되는 생태계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비관적인 진단도 나오는 실정이다.   

◆ 게임 빅3, 전체 시장 67% 점유...과점 체제 구축

넥슨(2조2987억원)·넷마블(2조4248억원)·엔씨(1조7587억원) 등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6조4822억원에 달했다. 이 매출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게임백서'를 통해 추산한 2017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 전망치(9조6007억원)의 67.5%에 달한다.

게임백서의 매출 집계와 추산은 국내 게임사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과 해외 게임시장 직판을 통해 거둔 매출, 해외 라이센스 판매를 통해 인식한 로열티 규모를 합산한 것이다. 블리자드나 슈퍼셀 등 해외 게임사가 국내에서 번 돈은 계산에 넣지 않은 것으로, 국내 게임사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토대로 산정한 것이다.

3사의 2016년 매출 합산은 4조4193억원(넥슨 1조9358억원, 넷마블 1조5000억원, 엔씨 9835억원)으로 전체 시장 규모(8조9765억원)의 49.2%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연매출 2조원 진입에 근소하게 실패했던 넥슨이 2017년 결산 결과 2조원 대에 여유있게 진입했고 넷마블은 '퀀텀 점프'에 성공하며 매출 기준으론 넥슨을 앞섰다. 1조원 클럽에도 진입하지 못했던 엔씨는 1년 새에 2조원 고지를 목전에 둘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 '리니지 형제' IP 비즈니스 효용 극대화...'던파' 중국 대륙 석권 힘입어

3사가 이같은 호황을 누린 것은 이들이 보유한 IP 기반의 비즈니스가 국내외에서 최상급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넷마블의 지난해 연간 매출 2조2448억원 중 '리니지2 레볼루션'의 매출은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엔씨도 매출 1조7587억원 중 '리니지M'을 통한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다. '리니지M'이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리니지M' 매출 비중이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넥슨도 '던전앤파이터'의 국내외 매출과 중국 로열티 수익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 빅3 시장 과점으로 중견업체는 '고난의 행군'

3사로의 매출 편중이 심화하며 중견 업체들의 '탄식'이 짙어졌다. 와이디온라인, 네시삼십삼분 등 한 때 유력 배급사로 자리잡았던 곳들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 와이디온라인은 자본잠식이 심화되어 관리대상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공시했다.

데브시스터즈, 썸에이지, 액션스퀘어 등 한 때 탄탄한 실적을 냈던 개발사들은 적자행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견실함의 대명사였던 게임빌도 2017년 들어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와이디온라인, 네시삼십삼분,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 등은 배급업을 진행하지 않고 핵심 타이틀의 서비스를 카카오게임즈나 넷마블에 위탁하는 형태로 사업방식을 전환했다.

PC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일정 수준의 집객이 가능한 독자 플랫폼을 갖춘 배급사들이 저마다 영역을 확보하고 경쟁했고 신흥 개발사들은 이들에게 판매를 위탁하는 협업 모델을 갖췄다. 신흥 개발사들 중 성공을 거둔 곳들이 배급을 겸업하며 메이저 게임사들과 맞서는 등 유효 경쟁 체제를 갖췄다.

◆ 변화하는 생태계... 방향성은 '악화일로'

모바일게임이 주종이 된 후에는 앱마켓으로 판매 창구가 단일화되며 개별 기업들의 플랫폼 파워가 약화됐다. 이용자들과 앱마켓을 이어주는 창구 역할을 한 카톡 게임 플랫폼이 이용자들을 게임 시장에 신규 유입하고 앱의 보급을 촉진하는 '부스터' 역할을 했다.

이러한 틀 안에서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 등 캐주얼 게임 시장을 형성한 신규 게임사들이 등장했고 이들이 업종의 중견으로 편입됐다.

메이저 업체의 개발총괄 임원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전이된 후 앱마켓과 채널링 사업자들이 수익을 분배해가며 생태계의 펀더멘털이 1차적으로 약해졌는데, 모바일게임은 결제한도가 없는데다 게임 이용층이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 후 "캐주얼 게임에서 미드코어, 나아가 대형 MMORPG로 시장 트렌드가 전이해 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진단했다.

모바일게임 시장 초기에는 단기에 소규모 인력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으나 점차 RPG 등 미드코어 게임이 주류로 자리잡고, 나아가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등 제작에 2년 이상이 소요되는 MMORPG 장르 라인업을 갖추는게 핵심 경쟁력인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결국 언리얼, 유니티 엔진 최신 버전을 능숙하게 다루는 다수의 개발자를 채용해 인내 있게 버틸 수 있고, 단일창구인 앱마켓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물량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펀더멘털'이 있는 회사들이 살아남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마블, 엔씨는 결제한도가 없는 모바일게임의 특성과 '리니지 형제'의 브랜드파워가 맞물려 고속성장했고 넥슨은 IP 부재의 한계를 PC온라인게임 시절부터 축적해온 자본과 텐센트와의 협업으로 메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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