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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보험사의 대형 건물이 잇따라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6일 서울 선릉 오피스 빌딩을 매물로 내놨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00억원을 웃도는 대형 매물이다.

KDB생명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KDB생명타워의 콜옵션을 처리 중이다. 행사가격은 3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같은 보험사 소유 부동산 대형 매물이 등장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2021년 도입 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대비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부채는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된다. 시가로 평가되면 부채가 증가해 건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가 떨어지게 된다.

RBC는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경영상태를 판단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이 현재 보험사에 유지를 권고하는 RBC비율은 150%이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IFRS17의 연착륙을 위해 신(新)RBC의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보험사들의 자기자본비율 재확충은 필수적이다. 이에 부동산, 주식 등 변동성 자산의 처분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보험부채 듀레이션 기간의 확대가 있다. 금융당국은 IFRS17에 대비해 보험부채 듀레이션 기간을 기존 20년에서 30년까지 확대하도록 지난해 6월부터 권고했다.

 

보험사는 올해 안으로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25년까지 확대하고 2019년부터는 30년을 적용해야 한다. 보험사는 보험부채와 자산의 만기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부동산처럼 변동성이 큰 비금융 자산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리 자산 비중과 장기자산의 확대를 해답으로 내놨다.

이어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가 확산되며 국내 금리가 추가 인상될 여지가 있다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초저금리 시대로 재미를 보았던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으로 먹구름이 끼자 보험사 입장에서도 굳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험업계의 환경 변화는 실제 부동산 매각 러시로 이어졌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만 1조40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팔아치웠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40개 보험사들의 부동산 자산은 19조6465억원으로 21조592억원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1조4127억원이 감소했다.

이러한 매각 러시는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생명은 올해 내놓은 선릉 타워 이전에 이미 다수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서울 태평로의 본사를 2016년 1월 매각한 이후, 강남 메트로빌딩, 역삼빌딩, 미아빌딩, 사당빌딩, 장안빌딩 등을 매각해 최소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교보생명은 2015년 8월 천안 동남구 사옥을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에는 안양영업국을 172억에 매각한 바 있다. 성남영업국, 목포영업국 매각이 뒤를 이었다. 향후 강원 원주사옥, 광주 치평동 사옥 등을 매각해 770억원의 자본 확충 계획을 가지고 있는 교보생명의 움직임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화곡동 사옥을 373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향후 4개 사옥을 추가매각할 계획을 밝혔다.

 

손해보험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9월 대전 중구 중앙로 사옥을 매각했다.

또 MG손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를 810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MG손보의 경우는 RBC비율 150%를 맞추기 위해 유상증사 시도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시도했던 유상증자가 실패로 돌아가며 MG손보 관계자는 "올해도 유상증자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부동산 매각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자산운용 관점에서 지방 사업소 매각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해 매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구도심에 설립한 건물들을 자산 유동화 관점에서 매각 추진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도시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라 매각을 결정하는 측면도 있다"며 "올해도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매물이 있다면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비율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던 보험사들은 올해도 강도 높은 자본확충을 예고하고 있다.

또 부동산, 주식 등 리스크가 높은 변동성 자산의 처분의 가능성도 남아있어 보험사들의 환경 변화 적응을 위한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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