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e사람
김남주 변호사 “기술탈취 차단, 강화된 징벌배상제 도입해야”“현행 징벌적 손해배상제, ‘립 서비스’에 불과…과감하게 배상 액수 늘려야”

 

김남주 기술탈취 전문 변호사는 기술탈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탈취한 대기업에 대해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좀 더 과감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손해배상 액수도 대폭 늘려야 한다”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기술탈취)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탈취 전문 변호사인 김남주 변호사는 이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방지하기 위해 징벌배상제를 개선해 현행 배상액 3배를 10배까지 강화하기로 했다. 기술탈취와 보복행위 등 금액 산정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부과하는 정액 과징금 상한은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두 배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원청업체의 기술탈취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해 피해 기업이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폭 강화된 방안을 내놨다. 우선 공정위는 오는 2월 구체적 기술탈취 종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게 김 변호사의 생각이다. “손해배상을 3배까지 높이는 법률이 도입됐지만 법원에서 작동을 하지 않는 상황으로 손해배상 액수를 입증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그 원인이 “만약 기술 탈취가 없었다면 벌어들일 이익이 얼마인지를 계산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부과하고 있는 배상액에 배해 이른바 ‘껌 값’이기 때문에 한국 내 기업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가 없다”며 “기술 탈취와 관련해서 관련 기업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났다면 보다 강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직접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 시정권고와 명령을 할 수 있고 해당 대기업이 이를 불이행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기부는 기술 자료 임치 제도와 중소기업 기술 분쟁 조정 제도 등을 통해 기술 탈취 피해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업계에서 오랫동안 관행으로 받아들여진 기술탈취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를 겪고 있다.

본지는 지난 30일 서울 한 카페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기술탈취 실태와 해결책을 들어봤다.

김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고문변호사단으로 활동중이다. 또한 회생희망센터 ‘법무법인 도담’의 대표 변호사로서 공정거래·하도급 분쟁, 영업 비밀·부정경쟁방지 소송 및 자문 등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남주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표적인 유형은 무엇인가

▲ 첫 번째 유형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 교섭 과정에서 일어난다. 대기업이 하청업체가 되려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확보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 물어보면 납품업체는 “우리는 남들보다 나은 이러이러한 기술이 있다. 당신들한테 납품하면 이러한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어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 혹은 기술 자료들이 전달된다. 그 이후 대기업이 해당 납품업체와 계약은 체결하지 않은 채 확보한 자료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형식이다.

두 번째 유형은 계약 체결 이후에 일어난다. 납품단계에서 대기업이 1·2·3차 벤더 현장에 직접 사람을 보낸다. 생산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명분이지만 그 과정에서 노출된 하청업체의 기술을 취득하는 형식이다. 사실 대기업은 1차 벤더와만 거래 관계가 있는 것이지 2·3차 벤더와는 계약 관계가 아니다. 다시 말해 2·3차 벤더를 현장에서 점검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3차 벤더는 거래 단절이 두려워 협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Q, 기술 탈취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먼저 계약을 체결하기 전 교섭 과정에서 기술 탈취가 쉽게 일어나는 이유는 짝짓기를 생각하면 알기 쉽다. 구애를 하는 쪽은 자신의 가치를 뽐낼 수밖에 없다. 납품업체가 대기업의 간택을 받기 위해 기술을 공개하는 것이다. 원래는 그 과정에서 비밀유지약정, 기술출처증빙 등 보호체계를 활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한 피해를 입더라도 피해 접수를 하는 중소기업이 매우 드물다. 대기업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설사 대기업을 상대로 고소를 하더라도 소송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중소규모의 회사는 인력 부족과 금전적 부담 등으로 싸움을 버텨내기가 매우 어렵다. 피해를 당하기 전 이를 예방하는 대책이 중요한 이유다.

Q, 기술 탈취가 회사의 존폐를 결정하기도 하는데

▲ 회사의 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가 특정 기술을 가지고 양산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기술을 빼앗겨버리면 재기가 어렵다. 기술형 회사들이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Q, 거래 전 협상 단계에서의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 마땅한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거래 체결 이후의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서라면 하도급법, 영업비밀보호법, 중소기업기술보호법, 대중소기업상생에관한법률 등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나마 법률의 보호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거래 전(前) 협상 단계에서는 법률적인 보호가 굉장히 약하다. 그나마 있는 것이 비밀유지약정 등의 보호체계인데 이 또한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 체결 이후에 한정돼 있는 법률적 보호 범위를 거래 체결 전(全) 단계까지 어떻게 넓힐 것인가가 핵심이다. 입법적으로 해결이 돼야 할 문제다.

Q, 그렇다면 피해를 입은 이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피해 입증 방법은 무엇일까

▲ 현재로선 없다고 봐야 한다. 일단 대기업이 기술을 베낄 때 일정 부분 변화를 줘서 사용하는 등 문제가 생기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 또 중소기업의 기술이 독특하다 하더라도 세계 어딘가에는 비슷한 기술이 있기 마련인데, 대기업 내의 법률 조직에서 전 세계의 기술을 다 리서치해 비슷한 기술을 찾아내서 “봐라, 너희만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해버리면 도리가 없다.

Q, 기업에게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해결책이 될 거라는 시각이 있다

▲ 지금 형태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하도급법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손해배상을 3배까지 높이는 법률이 도입됐지만 법원에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손해배상 액수를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기술 탈취가 없었다면 벌어들일 이익이 얼마인지를 계산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제도적으로 손보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액수를 더 높게 올린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Q, 정부에서 내놓아야 할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탈취한 대기업에 대해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대기업의 갑질 문화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취하고 있는 행정력으로는 이러한 갑질 관행을 뿌리 뽑기 어렵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좀 더 과감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손해배상 액수도 대폭 늘려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제한이 없는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는 문구가 없는 커피잔을 쏟아 화상을 입거나 대기업이 하청업체와 이중 계약을 한 사건에서 관련 기업에 수십, 수백억의 배상금을 물리는 등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손해배상 제도가 강하고 엄격하다. 따라서 기업이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함부로 ‘갑질’을 하지 못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오는 4월 시행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개정안에서조차 손해배상 액수가 발생한 손해의 3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부과하고 있는 배상액에 배해 이른바 ‘껌 값’이기 때문에 한국 내 기업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가 없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발생한 ‘옥시 사태’를 보면 제조사 옥시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들의 처벌은 미미했다. 기술 탈취와 관련해서 관련 기업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났다면 보다 강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

Q, 장기적으로 시행돼야 할 대책은 무엇일까

▲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기술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많이 확보해야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버틸 역량이 생기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등의 거래 활성화도 일어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R&D 비용 충 90%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게 기술 개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의 기술을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더불어 기술탈취 피해 신고 시 피해 입증 책임을 역으로 대기업에게 돌리는 등의 방안도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손해배상채권을 사 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소기업 대신 국가가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부담을 줄이면서도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유영준 기자  junhyeokyu@enewstoday.co.kr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