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전혜숙 위원장 등 여야의원들이 지난 24일 오후 충남 보령 보령화력발전소를 방문해 중앙제어실에서 보령화력 관계자들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회가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해 선택한 번지수가 틀린 것 같다." 국회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이하 특위)가 지난 23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지만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특위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방문해 주요 대책으로 치켜세운 것과 관련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26일 국회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특위는 윤원철 충남도 정부 부지사로부터 '대기오염물질 총량제' 등의 내용이 담긴 '미세먼지 저감 건의서'를 제출받고 법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특위는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보건복지부 등의 관계 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과 24일 이틀에 거쳐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와 보령 LNG 터미널 그리고 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발전업계측이 특위에 LNG 발전 관련 세제 개편과 지원 대책을 특위에 주문하는 등 향후 LNG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미국환경청(EPA, Environment Protection Agency)이 찬물을 끼얹었다. 가스발전이 석탄발전보다 미세먼지를 7배나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보면, 천연가스의 경우 채굴하는 과정에서 3.8%, 셰일가스는 5.7%의  가스 누설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스레인지를 켜면 처음에 빨갛게 연소되는 것처럼 LNG가 연소하면 황(S)은 나오지 않으나 메탄가스가 다량 방출된다는 것. 메탄가스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30배에 달한다. 

톤당 발전(사용)시 일반 먼지 발생률은 석탄(99.9%여과)과 가스발전 각각 0.04와 0.05로 차이가 없었으나, 미세먼지는 석탄 0.02, 가스발전 0.15로 7.5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기관지, 폐 등 인체에 침투했을 경우 평생 동안 빠져나오지 않는 초미세먼지는 가스발전이 최대 8배에 육박해 LNG발전의 유해성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공부주 국립환경과학원 박사의 '배출가스 중 응축성 미세먼지 특성 연구(2016.10)'에 따르면 LNG를 태우면 석탄보다 응축성 초미세먼지(CPM·Condensable Particulate Matter)를 2.35배 더 많이 발생시킨다.

근본적으로 'LNG가 석탄보다 초미세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면 안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볼때 '저감장치가 없는 LNG는 석탄보다 초미세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것이 에너지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인체에 해로운 유해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석탄발전은 LNG발전의 1만3000배에 달한다"며 "특정 대기유해물질은 석탄발전에서 1년에 124.7톤 발생하지만, LNG발전에서는 0.0094톤만 나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환경부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8차 전력수급계획위원회의 한 위원은 "위원회 내부에서는 태양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보다 LNG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LNG 발전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국회 특위 활동이 정부의 전략적 방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발전사들도 LNG 연소로 미세먼지가 다량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석탄발전의 경우 현재 한호기당 800억원을 투입해 탈질탈황 장치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황이 나오지 않는 LNG발전 역시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를 통해 미세먼지 줄이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LNG 가스터빈 분야 관계자라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5월 "백운규 장관은 LNG 가스 터빈 관련 국책 연구 수주를 했던 인물"이라며 "과연 이해관계와 중립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백 장관과 우타관 성일터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선거 캠프의 참모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4조원대 국책사업인 가스터빈 용역은 두산중공업이 맡고 있다. 이와 관련 두산 관계자는 "세계 터빈시장은 원천기술을 가진 지멘스, GE 등이 장악하고 있다"며 "성일터빈은 부속으로 들어가는 부품 제조업체"라고 말했다

한편, 특위 위원장인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령발전 등을 찾은 이유에 대해 "LNG 터미널 방문이 주요 목적은 아니었다"면서 "깨끗한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해 석탄화력 발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점검차 방문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특히 "환경부로부터 LNG가 미세먼지가 훨씬 적다는 보고를 받아 LNG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신재생업계 한 관계자는 "LNG 일변도 위주의 정책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믹스에도 도움될 것이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무작정 LNG를 장려하기보다는 폭발 위험성이나 저감장치 구비상황 등 문제점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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