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자경 미래에셋캐피털 공동대표, 김경자 수출입은행 심사평가단장, 김경애 KB손보 CNS 상무<사진제공=미래에셋, 수출입은행, KB손보>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금융권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이 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최근 섬세한 리더십을 지닌 '여성' 인사로 굳게 닫힌 보수의 문을 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4일 실시한 상반기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에서 유유정 씨를 사회공헌팀 부장으로 최자영 씨를 원(One)신한전략팀 부장으로 발탁했다. 이는 신한금융이 1982년 창립한 이래 처음으로 여성을 부서장으로 임명한 사례다.

신한금융의 관계자는 "금융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리더로 여성 인재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여성 우대가 아니라 양성 평등 관점"이라며 "실질적으로 역량 있는 인재라면 여성이라도 육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해상도 창립 63년 만에 처음으로 박윤정 씨를 상무 급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승진시키며 '여성'임원 시대를 열었다. 박 상무는 60여명의 직원과 소비자 보호와 사회공헌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55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순남 씨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그는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30년 동안 센터장 직책으로 영업 분야에서 근무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순남 상무는 최초의 여성지점장 출신 임원으로 대신증권 강남선릉센터를 수년간 이끌며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고 승진 배경을 소개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캐피탈의 공동대표에 윤자경씨를 선임했다. 이 역시 1997년 창사이래 처음이다. 특히 윤 대표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매일경제에서 언론인으로 출발했다. 이후 미시간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금융계에 투신했다. 2007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것과 47세의 젊은 나이를 감안할 때 '파격 인사'라는 말이 적절하다.

왼쪽부터 이순남 대신증권 상무, 인혜원 KB손해보험 상무, 박윤정 현대해상 최고고객책임자 <사진제공=대신증권, KB손보, 현대해상>

금융권의 여성 인사는 '파격'을 넘어 '확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인혜원 씨를 리스크관리본부장, 김경애 경영관리본부장을 등용한 KB손해보험은 2020년까지 여성 관리자 비중을 2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2016년 행장 수행 직후 지금까지 두 번에 걸친 인사에서 여성을 전진 배치해 이목을 끌었다. 김 행장은 임기 첫 인사에서 최현숙 씨를 기업은행의 세 번째 여자 부행장으로 임명했다. 올해 단행된 그의 두 번째 인사에서도 박귀남 씨를 여성본부장으로, 엄미경 씨를 1급 지점장으로 선임하는 '여풍' 기조를 유지했다. 이외에도 9명의 여성 지점장을 임명하며 여성 중심 인사를 이어가리라는 의지를 표출했다.

수출입은행도 여성 중시 기조를 드러냈다. 10일 단행된 인사에서 △김경자 심사평가단장 △서수진 여신제도팀장 △이영미 정보시스템부장 △이윤미 인프라금융팀장 △구자영 외화자금1팀장 임명됐다. 이에 수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육아휴직 복귀자·출산휴가자 등의 승진상 불이익을 없애고 일·가정 양립 지원과 양성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올해 상반기 신입직원(5급) 최종합격자의 여성 비율이 53.5%라고 밝히며 여풍에 합류했다. 이는 2000년 공채 시작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금감원 내 여성 직원 비율이 2012년 20.4%, 2013년 21.4%, 2014년 22.5%, 2015년 23.8%, 2016년 24.6%로 상승곡선을 그리던 것의 연장선이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내 여성 직원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며 "금감원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배양한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여성 직원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장미경 NH농협은행 부행장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 △백미경 KEB하나은행 전무 △권미희 부산은행 준법감시인 △김지나 롯데카드 신임 상무보 △김정미 한국예탁결제원 전자증권추진본부장 △김정아 한국금융투자협회 경영지원본부장 등의 임명도 금융권의 낮아진 유리천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여풍 강세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첫 여성 외교부, 국토교통부 장관을 탄생시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정부의 여성 친화적 정책 기조가 강하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이 성공 사례를 양산하면서 금융권의 유리천장도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금융권에서 일어나는 갑질 등의 고질적인 금융적폐 청산을 위한 금융개혁 움직임의 한 축으로 고정관념을 깬 여성 인사가 가속화 되리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하지만 금융공공기관의 유리 천장이 깨지는 속도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7개 금융공공기관의 여성임원의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84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은 2명이었다.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에는 여성 임원이 없었으며, 금융공공기관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여성관리자급이 한국은행으로 파견나간 이석란 과장과 김연준 과장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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