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 태양광 모듈과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로 관련 업계가 패닉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진은 한화그룹이 일본 오이타현에 세운 태양광 발전소.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미국 세이프가드에 한국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마저 포함되면서 신재생업계가 패닉으로 빠져들고 있다.

24일 외교통상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에 태양광 전지·모듈 사업자인 한화큐셀·신성이엔지·LG전자·현대중공업 등이 비상이다. 

한국 정부는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혔으나 이번 사태가 한·미·일 군사동맹은 물론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돼 있어 얽힌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세이프가드가 중국과 한국의 태양광 산업만을 겨냥하고 있어, 정부가 무방비 상태에서 국민들의 먹거리를 잃게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양광업계 한 관계자는 "세탁기는 엘지 삼성이 워낙 잘 팔려서 미국 입장에서는 보호 정책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태양광 수출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일본은 왜 빠졌을까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조치에 따라 2.5기가와트(누적 용량)를 넘는 한국산 등 수입 태양광 셀 제품에 대해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 태양광 모듈에는 용량에 관계없이 1년차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로 관세율이 정해졌는데, 신재생업계는 이처럼 제품과 모듈에만 조치가 내려진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6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셀과 모듈 등 태양광 제품 규모는 총 83억달러(약 8조9000억원) 가량인데 이 중 한국산 제품은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로 금액 기준으로 약 15.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태양광제품은 기초소재 폴리실리콘을 소재로 반제품(얇은 웨이퍼)이 만들어진 뒤 셀모듈 업체로 공급된다. 하지만 미국에는 웨이퍼업체가 없어 중국에서 반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중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비판적인 블룸버그는 "미국은 세계 태양광 산업을 확실하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며 "이번 조치가 시장을 재편할 수도, 주도하는 중국의 지위를 위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수출량 기준일 뿐 중국의 태양광 모듈의 경우 내수를 포함한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어,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이라는 공룡을 눈앞에 둔 채 주요 시장을 잃게 됐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 지난 2016년 기준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에 태양광 제품을 많이 수출한 국가다. 따라서 한화큐셀·LG전자·현대그린에너지 등 국산 태양광 제품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국내 태양광 모듈 1위 한화큐셀의 경우, 지난 2016년 기준 미국의 매출 비중이 30~40%를 차지한다. 

한화 큐셀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40개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으며 70개국에 모듈을 납품하고 있어 다변화 전략을 통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한편에서는 이번 조치가 1980년대 말 일본과 한국 대미흑자국을 상대로 시행한 슈퍼301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은 "당시 슈퍼301조도 일본만 겨냥하는 것이 부담이 있어 한국을 같이 넣은 경우"라며 "정부 외교력 부족으로 국내 기업이 희생양이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엔화 약세 등 아베정부의 양적완화에도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방한 당시 정부의 3불 정책 등으로 한미간의 신뢰가 깨진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사드보복 문제 해결을 위해 사드 추가 배치·MD 가입·한미일 군사동맹 불가를 골자로하는 '3NO 혹은 3불'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사드 보복 대응과는 무관한 '한미일 군사협력 관계'까지 포함시킨데 미국정부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제소를 통한 승소를 자신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비관적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망한 뒤에 승소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기업은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정부의 막연한 신재생에너지 전환만 기다려야 할 형편이어서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WTO를 제소가 마무리되려면 5~10년이 걸리는 동시에 한국이 2007년 한국FTA 협상 당시 주요 카드를 이미 써버린 상황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2007년 한미FTA 협상 당시 쌀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미국측에 미국 조선산업을 보호하는 '존스 액트' 철폐를 요구하며 쌀개방을 막은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측은 이 법이 폐지되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있기 때문에 쌀 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지 못했으나 이번 한미FTA 재협상 무대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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