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주식회사가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을 놓고 정면충돌한다. 정부의 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만큼,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차량 출고 순서에 따라 지급되는 것을 고려할 때, 물량을 빨리 털어내는 쪽이 승기를 거머쥘 것이라고 전망한다.

24일 국산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15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전기차 모델 '코나EV'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1만2000대가 넘는 예약고를 올렸다. 같은날 사전계약을 시작한 2018년형 아이오닉EV은 2400대가 훌쩍 넘는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 7932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지엠의 2018년형 볼트EV는 올해 도입 물량인 4700대의 사전계약을 시작한지 단 3시간 만에 매진됐다. 당초 회사는 15일 사전계약을 개시했지만,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면서 17일 오전 9시 새롭게 계약 접수를 받았다.

현대차 코나EV와 2018 아이오닉EV는 정부의 공식 인증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2018 볼트EV는 전량 수입되지만, 초도 선적 물량과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 업체들이 부랴부랴 예약 판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설득력을 얻는 주장은 전기차 시장의 초반 주도권 확보와 충분치 않은 정부 보조금 등이다.

우선 올해 출시가 예고된 전기차 라인업은 코나EV, 2018 아이오닉EV, 2018 볼트EV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니로EV, BMW 뉴 i3, 재규어 I-페이스(PACE), 닛산 뉴 리프 등 화려하다. 때문에 업체들이 사전계약으로 초반 분위기를 장악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을 감안해 일찌감치 사전계약을 실시했다는 관측도 있다. 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사전계약은 빠른 출고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보조금 혜택 수혜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초 환경부는 보급 사업 로드맵에 따라 올해 3만대분의 예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소폭 축소된 2만대분의 보조금만 확정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실시한 '2018년 전기차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시장 규모는 5만여대로 예측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에 맞춰 4만~5만대의 전기차 신차 물량을 준비했지만, 실질적인 혜택 대상은 절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진정한 승부는 차량 출고 속도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사전 계약서만 있으면 무조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던 지난해와 달리, 정부는 올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보조금 신청서 등록 후 2개월 이내 출고된 전기차로 제한했다. 또 차량 출고 기준으로 선착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쉽게 설명하면, 전기차 출고 순서에 따라 선착순 2만명만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간발의 차로 2만1번째에 전기차가 출고된 소비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

코나EV의 공식 출고는 4월로 예정돼 있다. 볼트EV 역시 4월부터 순차적으로 출고가 이뤄진다. 사실상 동시에 고객 인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예약 물량을 더 빠르게 소진시키는 업체가 보조금 혜택도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전기차 구매에 있어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올해 정부 보조금은 조기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이 연초부터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고 계약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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