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강남 호텔에서 회동한 유영민 장관(사진 우측 두번째)과 통신3사 CEO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가계통신비 인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가 업계에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내밀며 '밀당'을 하자 업계가 편치 않은 기색이다.

기본료 폐지를 추진하다 이를 접은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을 성사시키고 보편요금제 카드로 업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주파수 할당 대가 인하와 전파사용료 감면을 매개로 통신비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5G 관련 설비 투자 수요가 증가해 요금 인상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되려 요금을 인하하면 주파수 관련 비용을 정부가 일부 감면해준다 해도 '조삼모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만이 새어나오는 형국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정부가 지난 22일 입법예고한 전파법 시행령과 주파수 할당대가의 산정 및 부과에 관한 세부사항 등 관련 고시 일부개정안을 두고 고심에 빠진 양상이다.

정부가 내놓은 고시 일부 개정안은 ▲통신비 인하에 따른 재할당 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근거 마련(재할당 대가 산정시 통신비 인하실적 및 계획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안 제18조, 요금감면 등을 고려해 전파사용료를 감면할 수 있게 하는 안 제89조) ▲주파수할당 대가의 산정기준 보완(초고대역, 초광대역 주파수 공급 시에도 주파수할당 대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근거 및 기준 마련, 주파수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의 다양화를 위해 주파수를 가입자에 대한 전기통신 제공 용도로 직접 사용하는 경우 외에 추가적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 부과하는 납부금에 대한 규정 삭제) 등이다.

과기정통부는 입법예고를 진행하며 “통신비를 인하하면 전파 관련 비용을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통신사가 스스로 통신비를 인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때 통신비 인하 실적 및 계획을 제출하도록 주파수 이용계획서 작성지침도 바꿨다.

통신3사는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사안이나 아직까지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입을 모았으나 편치 않은 기색이다.

통신3사 CEO는 최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5G 조기상용화를 앞두고 3사의 설비 투자 수요가 증가해 자칫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으로 영업이익이 이미 일정 부분 감소한 상황에서 설비 투자 수요까지 증가하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등 획기적인 통신비 인하는 어렵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5G가 보편화하면 데이터 이용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제로레이팅 적용 확대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설비투자로 부담이 적지 않아 요금인상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통신비를 인하하면 전파 관련 비용을 감면해준다는 것은 결국 조삼모사와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당초 기본요금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업계가 반발하자 이를 접고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카드를 빼들어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소송불사'를 외치며 반발하던 업계는 20% 요금할인을 적용받는 기존 약정이용자가 25% 할인 약정으로 갈아타도 위약금을 물지 않기로 했다. 통신사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5~7% 추가 요금 감면까지 시행하는 안도 준비 중이다.

이는 정부가 보편요금제 카드를 추가로 들고 나오며 "보편요금제 도입이 불가하다면 자발적인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으라"고 업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는 월 요금 2만원대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를 수용하게 하면 KT와 LG유플러스도 이를 받아들여 요금인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통신3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받아들이고, 조건없는 약정변경까지 허용하며 충분히 '성의'를 보이고 있는데, 보편요금제 도입을 카드로 압박이 이어지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원성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내밀며 '밀당'을 하는 형국인데, 통신3사가 어느 정도 수준의 요금인하 방안을 마련해야 보편요금제 카드를 접을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밀당을 하려면 주고 받는게 있어야 하는데, 선택약정 할인을 받아들였으면 주파수 관련 비용 감면은 '꼬리표' 없이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자발적인 요금인하 안을 내놓는다 해도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철회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고 고심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원하는걸 순차적으로 다 내주고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요금인하를 유도하는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싶으면 제4이통을 만들어서 제대로 하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는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하면 제4이통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데, 현실적으로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제4이동통신 설립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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