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40년 환원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주택 재건축이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순기능은 있지만 안정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안전진단, 내구연한 등 관련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가좌행복주택에서 열린 주거복지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앞서 강남권 집값 급등으로 정부가 재건축 연한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뒤집는 것이라 주목된다. 

국토부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권 교체 이후 들어선 새 정부가 내놓은 6ㆍ19 대책, 8ㆍ2 대책, 주택대출 규제책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집값폭등을 잡기 위한 정책을 연이어 내놨다. 해당 정책들이 공통된 타겟은 재건축시장이었다. 재건축 시세차익을 이용한 투기 등 각종 집값폭등 요인을 제거하고 과열을 식히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명불허전’이라던가. 강남 재건축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집값은 좀처럼 잡히질 않았고, 지역별 양극화는 되레 더 심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경기도와 3.3㎡당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서울-지방뿐만 아니라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 송파구는 3.3㎡당 시세가 사상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25개 구 전역의 3.3㎡당 아파트 매매 시세가 10여 년 전인 참여정부 시절 형성했던 전고점을 경신했다.

이렇게 쓰디쓴 실패감을 맛본 정부는 무뎌질 만큼 무뎌진 칼을 칼집에 꽂고 잘 갈린 새 칼을 꺼내들었다. ‘수요’에 대한 규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자 ‘공급’ 자체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9ㆍ1 부동산 대책의 시행으로 재건축 연한이 ‘준공 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됐다. 그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제2조제3항제1호는 준공된 후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각 자치법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실례로 서울시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 따라 30년으로 명시했다. 

정부는 재건축 연한 단축을 통해 물량 공급 시기를 늦추고 물량 재건축 과열의 온상지인 강남 4구(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에 회심의 일격을 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을 나온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을 달구고 있는 강남구, 서초구 일대 주요 단지들은 이미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연한 문제의 피해는 상당히 국한돼 있다. 문제는 목동을 비롯한 여타 다른 지역의 재건축이다. 특히 목동신시가지 14개 아파트의 경우 2014년 9월 연한이 30년으로 바뀌면서 집값이 20% 정도 오른 최대 수혜지이다 항상 분양가가 고공행진 중인 강남 재건축을 제외한 강북 재건축은 2014년 9월 연한 단축으로 수혜를 많이 봤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타겟은 빗나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명분의 한 가지는 주거지 수명의 연장이다. 여기에는 한국 건축물의 평균 수명이 세계 최저 수준인 실태를 개선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공동주택 기준)의 평균 교체 수명은 27년인데 비해 일본 54년, 미국 71년, 프랑스와 독일 80년, 영국과 독일은 130년 이상이 넘는다. 이날 김 장관이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구조 안전성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고 지적한 부분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로 정부는 2013년부터 100년 가는 아파트를 짓자는 모토로 ‘아파트 장수명화’ 방안을 계획ㆍ추진 중이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에 따르면 아파트 장수명화란 구조적으로 오랫동안 유지ㆍ관리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내부 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 등이 우수한 주택을 말한다. 목표는 재건축 기간을 늦추고 건물 수명을 두 배 이상 늘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취지는 좋으나 도구를 잘못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연한을 늘려 피해의 타겟이 강북 재건축이 돼버리면 목적이 전치된다는 것이다.

최현일 한국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요인은 1970~80년 개발시대 지어진 아파트들의 감가상각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며 "공급을 늘려야 할 상황에서 억제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콘크리트수명이 80년인데 원칙대로라면 40이 아니라 80년으로 올렸어야 한다"며 "경기상황 연한을 줄이고 늘리는 것은 주택시장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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