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회장(오른쪽)과 함께 2016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부인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정일 여사의 빈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현대상선의 현정은 회장 고소가 해운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산업은행을 등에 업고 형편이 나아진 현대상선이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조강지우'의 뒤통수를 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이 지난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실행했다며 배임죄로 고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다. 

현대상선 측이 집계한 순손실은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중앙지검 금융·기업범죄전담 형사7부가 현 회장을 비롯한 전임 경영진 5명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

전무격인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이 간담회를 통해 밝힌 고소 배경은 현정은 회장이 매각 당시 롯데그룹측에 162억원 상당의 영업이익 보장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미달 금액은 현대상선이 보전토록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히면서도, 현 회장 등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가격을 높이는데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사유다.

이어 한국거래소는 전직 임직원들의 배임혐의 발생이 규정상 상장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현대상선 주식에 대해 주식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취했다. 

현대상선측은 이에 "재무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어떠한 사항도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당한 계약들을 개선하고 관련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힘을 끌어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여척의 초대형 선박 발주를 앞둘 만큼 사세가 호전된 현대상선이 때아닌 보복 경영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4년 현대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추진한 것은 현대상선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부터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뿐만 아니라, LNG 사업과, 부산신항 터미널 투자 사업에 이어 현대증권을 매각하면서까지 현대상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해운불황이 심해져 국내 1위 원양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이 2016년 8월 법정관리 들어서기 한 달 전인 7월 산업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여기에 저유가까지 겹쳐 운임(수익)은 날로 추락하는 동시에 미지급 용선료(부채)는 겹겹이 쌓였다. 한진해운도 이 같은 상황을 못 이겨 무너졌다.

현 회장은 2016년 2월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 당시 사재 300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7월 채권단이 현대상선 대주주 지분에 대해 7대1 무상감자를 단행하면서 끝내 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이처럼 현 회장이 마지막까지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대그룹측의 입장으로, 현대상선의 이번 고소 조치가 '기업활동에 관한 과잉범죄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잉 범죄화'란 반기업 정서로부터 비롯된 사회 현상으로 기업 오너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을 말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당시 현정은 회장이 8선녀 가운데 하나라는 유언비어가 떠돌지 않았냐"며 "정치 보복이 기업 생태계에도 작동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총 7043억원의 자본확충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이후 오는 7월 출범할 한국선박해양공사의 지원으로 20여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회사가 불황기 1000억원의 손실 때문에 공개적으로 고소 사실을 밝히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해운불황이 심화된 2013년 말 3조3000억원 상당의 자구계획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당시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을 구하기 위해 갖고 있는 모든 자산을 매각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롯데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과 관련, "말도 되지 않는다"며 "5년 약정 조건이 붙은 것은 육상물류 부문인 로지스틱스가 팔리더라도 해운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경영 차원에서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과잉범죄화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의 목적 달성을 위해 법을 해석하는 데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만연하면 기업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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