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강남본점에 마련된 ‘메이크업 플레이그라운드(Make-up playground)’에서 소비자들이 메이크업 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오만학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경아·오만학 기자] 뷰티업계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하며 스마트 스토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싸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시범 운영 후 전반적인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지만 한국 시장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LG생활건강과 CJ올리브영은 서울 강남에 각각 스마트 스토어 ‘네이처컬렉션 강남점’과 ‘올리브영 강남본점’을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는 각각 지난해 7월과 9월 스마트 스토어 기기를 도입했다.

LG생건과 올리브영은 파일럿(pilot·시험)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들 매장에서 스마트 스토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관찰하고, 전국 매장으로의 확산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네이처컬렉션 강남점에는 AI(인공지능) 메이크업 분석 애플리케이션(앱)이 내장된 스마트 기기가 설치돼 있었다. 기기 카메라 렌즈로 소비자의 얼굴 사진을 찍으면 ‘오늘 나의 메이크업’ 앱이 메이크업 이미지를 분석해 알맞은 제품을 추천해준다.

인근 올리브영 강남본점에도 ‘메이크업 플레이그라운드(Make-up playground)’에 소비자들의 피부상태를 분석하고 피부 상태에 맞는 메이크업 제품을 추천해주는 태블릿 PC 4대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업계의 '변혁'을 마주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새로운 기기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심지어 기기 옆에서 거울을 보며 직접 제품을 발라보며 질감을 비교했다. 이들은 스마트 기기가 잠깐의 흥미는 있겠지만 메이크업과 제품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리브영 강남본점에서 만난 이예림(22·여) 씨는 “신뢰도 면에서 아무래도 직접 발라보며 비교하는 것보다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적어도 매이크업에 있어서는 스마트 기기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양지은(21·여)씨도 “(스마트 기기의 추천을)참고는 하겠지만, 아직까진 ‘저런 게 굳이 필요하나’ 싶다”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그는 “두 제품 중 무얼 살지 고민하고 있다면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기기를 쓸 필요가 있냐”며 말꼬리를 흐렸다. 역시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표현이었다.

기자는 직접 뷰티 매장에 설치된 스마트 기기로 메이크업 시연을 체험해 봤다. <사진=오만학 기자>

기자가 해당 기기를 직접 체험해 보니 스마트 기기 추천을 신뢰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에 일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터치 한번에 피부톤이 확 변했다. 그러나 실제 쿠션으로 몇 번 메이크업을 해야 영상 속의 피부톤이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퍼프의 촉감과 파운데이션의 유수분 정도, 텍스쳐 등은 기기만으론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피부결에 따라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의 텍스쳐가 달라지지만 영상 속 변화된 모습은 결점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매끄럽게 변해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이른바 '셀카'를 찍고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수정을 하거나 재미를 위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그 이상의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뷰티 플래그십스토어 ‘시코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시코르엔 ‘네이처컬렉션 강남’이나 ‘메이크업 플레이그라운드’ 같은 메이크업 분석 기기는 없다. 소비자들에게 인기 제품을 추천해주는 키오스크(KIOSK·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 한 대만 들어서 있었다. 다만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없었다.

이 곳에서 만난 소비자들 역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메이크업에 부정적이었다. 이은지(31·여)씨는 “사람마다 피부가 다 다른데 그걸 참고해 메이크업을 결정하는 건 아닌 거 같다”면서 “스마트 기기가 추천해주는 걸 크게 신경 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뷰티 매장에서 진열된 테스팅 제품으로 메이크업 제품을 미리 확인해 보고 있다. <사진=오만학 기자>

문세현(24·여)씨 역시 “기계에 입력돼 있는 정보가 내 피부톤과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또 실제로도 틀린 게 많다”면서 “스마트 기기의 정보를 절대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승연(22·여)씨도 “직접 제품을 발라보고 결정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고려의 범주를 넓힌다는 의미에서 기계의 추천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스마트 기기가 메이크업 결정에 큰 효용성이 없다는 것에는 매장 직원들 역시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네이처컬렉션 강남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주 모씨는 “손님들이 재미로 몇 번 만져보는 것 뿐이지, 사실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가 들어왔다고 매출에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반응이 그렇게 막 즉각적으로 오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큰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어 “(직접하는 메이크업의)대체적 개념으로 스마트기기 메이크업 시스템을 들여놓은 건 아니다”면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반응을 지켜보고 추후 확대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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