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6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보편요금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가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드라이브를 걸며 첫 카드로 내민 기본료 폐지는 막아냈으나 선택약정 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된데다 요금인하 효과로 '끝판왕' 격인 보편요금제 도입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모집한 가입자에게 약정 할인율을 상향, 적용하고 기존 가입자가 재약정을 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등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대안'을 내걸고 있으나 이를 통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속앓이를 하는 양상이다.

업계 일각에선 '가랑비에 옷 젖듯' 내줄 것을 다 내주고 보편요금제가 도입되거나 제4 이동통신사가 설립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유치한 가입자에 한해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5%에서 30~32%로 상향하고, 20% 요금할인을 받던 기존 가입자가 25% 약정할인을 받기 위해 재약정할 경우 위약금 부과를 유예할 예정이다. 

두 안건 모두 시장 3위 사업자 엘지 유플러스가 '선공'을 날리고 1,2위 사업자 SK텔레콤과 KT가 정부의 '권고'를 수용해 따라가는 양상이다.

엘지유플러스는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유치한 가입자에게 추가로 요금을 7% 할인, 32%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온라인 몰의 경우 설비 투자와 인건비 투입이 없어, 그만큼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더 줄수 있다는 것이 할인 명분이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 참여한 시민단체와 알뜰폰 업계 관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입한 이용자들이 차별받게 된다"며 반대의사를 표했으나 정부가  SK텔레콤과 KT에게도 이같은 방식의 할인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고 양사가 이를 수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면 3월부터 3사 모두 온라인 직영몰 가입자에게 추가로 요금할인을 적용하게 될 것이며 추가 할인율은 5% 전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지유플러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9월 이전에 가입해 20% 요금할인을 적용받는 가입자가 25%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 재약정할 경우 기존 약정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따지지 않고 위약금 부과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재약정한 가입자가 약정 기간을 채울 경우 위약금 부과는 면제된다.

KT도 "기존 약정 가입자가 25% 할인을 받기 위해 재약정할 경우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적용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하겠다고 밝혔을 때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3사가 결국 꼬리를 내린 셈이다.

관련업계는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3사 합산 기준 연간 수익이 8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상향됨에 따라 3사 전체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8년에 2836억 원, 2019년 5585억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안대로 월 2만원대의 요금에 200분 내외의 음성제공과 1GB 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수익 감소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중 '선공' 격인 가계통신비 인하는 막아냈으나 3사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고강도 카드가 줄 지어 나오는 셈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현대차에 차량 구성 요소와 옵션을 지정해주고 가격까지 정해주고 그 가격에 팔라고 하면 현대차가 이를 과연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보편요금제는 선택약정 할인 상향과 달리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정부 관계자는 "5G 시대를 맞아 데이터 이용도 음성통화처럼 보편적 서비스가 될 것이며 이 때문에 보편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3사는 "5G 시대를 맞아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할텐데, 이를 보편요금제로 흡수할 경우 업체가 입을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맞섰다.

정부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고 3사는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통신비 인하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치고 나오는 엘지유플러스도, 마지못해 따라가는 선두 사업자들도 속내가 복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좌절되고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제4이동통신 설립을 유도해 '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제4이통 설립이 현실화 될 경우 엘지유플러스가 받을 타격이 가장 크며, 이 때문에 엘지유플러스가 보다 적극적으로 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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