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 부동산 정책이 강남에 화풀이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다주택자를 강남으로 몰아 넣더니 몽둥이를 들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강남구와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수요자들의 강남 쏠림 현상을 투기로 규정해 특별사법경찰을 푸는 등 단속에서 나섰다. 또 조합원에 대한 금품 제공 혐의로 지난해 롯데건설에 이어 대우건설이 압수수색 당하는 등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강남 부동산 가격 급등은 정부가 '다주택자=적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정책에 반영시켰기 때문으로, 이로 인한 지역·계층간 갈등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1일 "강남 등 특정지역 재건축·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무기한, 최고수준 강도로 현장단속을 하도록 지시했다. 

부동산을 주거목적이 아닌 탈법적인 재산증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세제상 조치를 추가로 강구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8·2 대책 이후 전국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수요억제에 초점이 맡춰진 정책이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1월 첫째주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0.33%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주 대비 0.98% 오른 강남구 아파트가 견인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오는 4월 예고된 양도세 중과로 인한 것이다.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수도권 비인기 지역이나 지방의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고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의 한 다주택 보유자는 "기회를 줬으니 팔고 나가라는 식의 엄포를 놓은 것이 정부가 아니었느냐"며 "자산을 정리하는 것조차 범죄시하지만 원인 제공은 정부가 한 것이어서 전혀 무서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이 정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시즌2"라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서울-지방간 비대칭적 공급을 내놓으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며 "노무현 정부 말미 2007년부터 공급이 줄어들어 2년 뒤인 2009년부터 전월세 대란으로 이어지고 다수의 건설회사들도 도산해 자영업 생계형 대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특히 "다주택자 돈줄을 묶기 위한 신DTI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기적으로 부동산의 수익률을 감소시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방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주택저당채권을 매입해 가계의 자산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친 반면 한국 정부는 가계 자산을 줄이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갈 곳 없어 강남을 찾게 된 다주택자들의 선택을 투기로 규정하고 "매수호가 부풀리기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달 중 특별사법경찰 지정 절차가 완료되면 불법전매·청약통장 거래·무자격 중개 행위 등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긴급체포, 영장 집행, 사건 송치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서울시내 공공택지 31곳을 발표할 예정이나, 가뜩이나 부족한 국유지와 시유지를 푸는 것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며 35층룰 등 서울시의 공급 제한 조치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위기다.

3선의 강남구청장을 역임힐 권문용 압구정 한양2차 재건축추진위원장은 "한강변 전체 주민의 행복추구권을 돌려 받을 새로운 설계안을 내주 18일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팔 집이 없어 못판다.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현저하게 큰 강남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면 최소한 다주택자들을 몰아 넣는 정책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강남의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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