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호 패션아웃도어전문칼럼리스트

급작스런 겨울 한파로 다운(오리털/DOWN)의류가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침체됐던 스포츠아웃도어, 캐주얼 등 패션업계가 반짝 회생중이다. 다운의류가 대세인 듯 거리의 학생들과 행인들의 옷차림에서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열기는 계속된 한파와 평창올림픽을 겨냥해서 롯데백화점이 기획한 평창 롱다운 패딩이 주도한 셈이다. 매스컴에 소개된 롱다운 패딩의 완판 열기는 패션브랜드 전반에 걸쳐 시장의 활력소가 됐고 일부에서는 내년 시즌에도 인기가 이어질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네파, 라푸마, 코오롱, 디스커버리, 데상트 같은 스포츠아웃도어 중심 브랜드와 형지, 유니클로, 오렌지팩토리 같은 유명 패션브랜드의 다운제품중 일부 모델은 출시되자마자 바로 품절될 만큼 인기다.

우수한 제품이 잘팔리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시장의 열기를 틈타 얄팍한 광고로 마치 자신들의 제품이 가격대비 품질성능(가성비)이 우수한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부 브랜드들의 행태다.

모처럼 시작된 패션시장의 훈풍이 저가의 중국산, 혹은 그중에서도 함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구스다운(거위털/GOOSE DOWN)이나 다운으로 만든 제품을 비싸게 판매해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외면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위털이나 오리털 제품이라고 해도 원산지와 가공방법에 따라 품질차이와 가격차이가 크다.

제품의 적정 가격은 브랜드별 유통방식에 따라서 다르다. 대리점의 마진과 광고비용을 얼마나 책정했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판매 가능한 원가는 차이가 난다.

직영매장만을 통해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에 판매하는 오렌지팩토리는 이번 시즌 뛰어난 품질로 유명한 헝가리 구스다운(솜털90:깃털10)을 사용해서 만든 경량다운재킷을 5만원대에 내놓았다.

또 평창롱다운(80:20) 수준의  패딩을 9만원대에 출시했다. 데상트나 디스커버리 같은 브랜드의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몇 배는 더 저렴하게 출시했다. 경량구스다운 재킷의 경우 유명 브랜드의 제품가가 20만 원대를 넘는다.

특히 헝가리구스다운의 공급가는 중국산  다운가격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비싼 고급 보온소재다. 같은 무게의 중국산다운을 사용해 만든 제품과 비교하면 보온성능 등 품질도 매우 좋다.

반면 국내의 많은 캐주얼, 골프, 스포츠, 아웃도어브랜드의 다운재킷에 사용되는 중국산 구스다운은  가격도 싸고 품질도 떨어진다. 때문에 고가의 충전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비쌀이유가 없다.

따라서 저가의 중국산 다운을 사용하고도 뚜렷한 기능성이 없다면 경량다운 기준으로 20~30만 원대까지 판매하는 것은 무리다. 경량제품의 적정가는 대리점 수익과 TV광고를 고려한다고 해도 10만 원대 초중반이면 충분하다.

또 원재료가 더 많이 사용되는 헤비다운재킷도 추가된 원단가격과 최상급다운가격, 가공비, 납품업체마진, 광고비용을 합쳐도 30~40만 원대면 충분한 수익성이 나온다.

올해 거위털다운의 황금비율(90:10)인 솜털 90퍼센트와 깃털 10퍼센트의 충전재 가격은 킬로그램 당 중국산은 4만원~7만원선이다. 헝가리구스다운은 13만원 전후에 공급됐다. 솜털비율이 75퍼센트로 떨어지면 가격은 두배가량 더 저렴해진다.

다운 1킬로그램이면 경량재킷은 10여벌, 헤비다운은 2.5벌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아무리 좋은 원단을 사용해도 생산납품가격은 뻔하다.

하지만 유명 국내 스포츠아웃도어브랜드 중에는 해외 촬영과 유명연예인 등을 내세운 TV광고 등을 해가며 저가의 중국산 다운제품을 명품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화려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소위 ‘호갱’으로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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