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비트코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꼭 10년이다. 올 들어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아직 진행형이다. 컴퓨터 분야에서 시작되어 금융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쏟아 내고 있다.

비트코인은 "악(evil)"라는 표현에서부터 "최고의 혁신 기술(state of innovation)"이라는 극과 극의 평이 나와 있다. 이 극단적인 평은 모두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본 명확한 인식의 결과이다. 경제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악’의 성격을 갖는다.

기존 금융체계에 엄청난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최고의 혁신 기술’임을 부인할 수 없다. 중앙 집중화된 처리가 아닌 분산 환경에서 업무 처리가 가능함을 보여준 기대감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이러한 평보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비트코인에 대한 일그러진 신화이다. 비트코인을 만든 이들이 어떤 의도를 품었는지는 상관없다. 일그러진 신화는 기술 부분과 화폐라는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기술 부분을 보면 이렇다. 해킹이 불가능하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등이다. 이런 속성으로 중앙 집중식의 기존 금융시스템이 갖고 있는 해킹의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폐라는 부분을 보면 가장 먼저 화폐 발행의 탈 중앙을 말하게 된다. 여기에다 제3의 신뢰기관이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는 ‘화폐 민주주의’라는 정체불명의 이야기마저 회자된다. 일단 비트코인이 갖는 가치의 문제는 접어 두자.

비트코인의 40%를 약 1000명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사람의 0.01%도 되지 않는 소수이고, 채굴의 80% 가까이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평균 거래 비용은 건당 4만원에 육박한다. 거래는 개인 간 거래(P to P)거래가 아닌 중앙집중식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가장 큰 문제는 해킹에 취약한 비트코인 블록체인으로 인하여 크고 작은 해킹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2017년이 끝나가는 시점의 비트코인의 현주소이다.

그 어느 하나 호사가들이 주창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탈 중앙화가 아닌 소수가 비트코인 체계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장악한 힘으로 여러 차례 비트코인의 아류를 만들어 냈다.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골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아류의 탄생은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는 이미 개인 간 거래가 아닌 중앙 집중화된 거래소라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 거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저렴한 거래 비용을 내세운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분산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어느 체계보다 집중화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서만도 비트코인 해킹은 수도 없이 발생한다. 해외에서는 나이스해시의 7천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해킹 사건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해킹으로 사고파는 사람들의 피해는 물론 심지어는 거래소마저 파산하는 사태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해킹 사고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궤변에 가까운 변명을 듣게 한다. 이른 바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해킹 당한 것이 아니라 거래소가 해킹을 당한 것이다’ 또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자체가 해킹 당한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 지갑이 해킹을 당한 것이다’ 등이다.

비트코인 해킹은 비트코인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개인키의 탈취에서 이뤄진다. 이 개인키 탈취가 해킹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해킹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존의 모든 금융시스템에서도 해킹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갖고 있는 비밀번호가 해킹 당한 것이지 은행 시스템이 해킹당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블록체인은 해킹에 취약하다. 거래에 필요한 인증이라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개인키의 해킹은 그대로 피해로 이어진다. 기존 금융시스템의 경우는 비밀번호와 같은 개인키에 해당하는 것이 해킹 당하더라도 다른 인증 수단에 의해 그 피해를 상당한 정도 막을 수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비트코인은 백서에서 표현한 것처럼 선량한 참가자의 역할에서 출발한 체계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량한 참가자는 사라지고 선량함이라는 탈을 쓴 탐욕의 늑대들이 지배하는 체계로 변질되어 버렸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채굴자 들, 해킹에 대비하지 못하는 중앙 집중화된 거래소 들은 선량한 참가자인가 아니면 탐욕의 늑대인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물음이 되어야 한다.

분명 비트코인이나 그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의 미래를 여는 데 중요한 기술의 전환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의 장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냥 일그러진 신화 속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와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제는 환상 속에서 비트코인을 꺼내어 현실 속에 두고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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