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김채린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설마'하던 우려가 사실이 됐다. 최근 광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많은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여러 우려 속에 풍전등화 마냥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상화폐 이야기다.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연일 문제가 터진다. 거래소가 해킹되거나 서버가 다운돼 거래가 돌연 막히거나 그 증상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고객의 돈이 증발한다는 것 정도.

가상화폐는 유래 없는 가격 폭등,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는 점 등에서 분명 금융권에 한 획을 그었다. 획을 그어도 너무 강하게 그었는지, 곳곳에서 필력을 담아내지 못하고 종이가 찢어지듯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8일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해킹 건만 봐도 그렇다. 이날 새벽 4시 35분께 해킹 당한 유빗은 결국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파산으로 투자자들은 잠을 자고 일어난 사이 돈을 잃게 됐다. 유빗이 투자자들의 돈을 100% 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빗의 전신인 야피존도 지난 4월 해킹됐다. 유빗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사명을 유빗으로 바꾸고 거래소를 운영했다. 그야말로 제도권 밖에서 172억에 달하는 고객 돈을 만진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차원에서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긴 했다.

15일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른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를 설립하고, '자율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자체적인 관리·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블록체인협회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장은 "가상화폐 인기에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껴 협회를 설립하게 됐다"면서도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를 관리·감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본금 20억이상 거래소만 블록체인협회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돈이 좀 될 것 같은' 혹은 '돈이 되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 거래소만 관리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장은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회원사까지도 관리·감독할 권한은 없다"고 피력했다.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20억원 규모 자산을 충족시키지 못한 거래소는 블록체인협회에 가입을 '못'하는 것이지 '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다행(?)히도 해킹 사태로 화두에 오른 유빗은 블록체인협회 회원사가 아니다. 덕분에 블록체인협회는 회원사가 아니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이번 사태에서 한 발 뺄 수 있게 됐다.

정부의 명확한 규제책도 없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가상화폐와 관련 "금융상품도 화폐도 아니다. 주의하라고 말할 뿐"이라며 "일본이 거래소를 인정하자 가상화폐가 공인됐다고 생각해 인기가 더 치솟았다. (금감원은) 도박을 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제도권 밖에서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간다.

'이름 좀 낫다' 싶은 거래소들은 그들만의 협회를 개설했다. 금감원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지기 싫어한다. 아예 관망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등을 확립하고 예금자와 투자자 등의 금융수요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금감원이 스스로의 존재 목적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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