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에이 이상헌 기자] KDB산업은행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대우건설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비 입찰자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조속 매각과 함께 제 값을 받겠다던 산은이 두 마리 토끼를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아 온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지난 주 인수 경영진 프리젠테이션(PT) 연기를 요청하는 등 본입찰을 망설이고 있다. 

PT와 실무진 질의 응답 절차는 실사의 마지막 단계다. 하지만 입찰자들은 국내외 건설경기 악화 전망과 함께 2조원대 덩치를 인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비금융자본 조속매각 원칙에 따라 이달 내 본입찰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11월 호반건설, 중국건축공정총공사,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을 인수적격후보로 선정하고 실사 기간으로 6주의 시간을 줬다. 

대우건설은 PT 일정 연기에 대해 "질문 사항이 너무 많아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요즘 같은 건설업 분위기에서 실제 본입찰에 참여할 업체가 있기나 할까" 하는 것이 업계의 의구심이다.

특히 지금까지 매각을 자신해온 산업은행측이 손실을 보더라도 팔겠다는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매각 무산 가능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유일하게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측에 제시한 금액이 1조4000억원에 불과해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헐값·졸속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0월 사모펀드인 케이디비밸류제육호 유한회사(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한 보통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 50.75%)를 매각 대상으로 내놨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최대 3조원 이상까지 받겠다고 밝혔으나, 인수 후보들이 하나둘 빠지고 있다는 소식이 증권시장에 전해지며 주가는 3분의 1 수준인 5000원대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산업은행은 유상증자를 포함해 3조2000억원 가량의 혈세를 대우건설에 투입했다. 따라서 1조원대로 매각할 경우 2조원대의 손실을 실을 봤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또 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인수 후보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외 건설경기에 대한 비관론 때문이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지만 2년 연속 300억 달러를 밑돌고 있으며,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진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는 SOC 예산 축소, 부동산 규제라는 암초가 산적한 내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바란다면 욕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호반건설이 해외 사업 경험이 전혀 없고 기업 규모나 자금력 측면에서도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어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대우건설의 설계와 시공 능력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여론을 의식해 매각을 원점 재검토하더라도 매각 실패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중국업체에라도 제 값으로 매각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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