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코리아는 지난달 6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플래그십 고성능 스포츠카인 'R8'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판매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5년 불거진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첫 신차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디젤게이트' 악재로 잠시 주춤했던 수입차 시장이 폭주를 거듭하며 국산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가 본격 재개되는 만큼, 수입차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21만266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0만5162대보다 3.7% 증가한 수치다.

2016년 총 판매량(22만5279대)과의 차이는 1만2619대에 불과하다. 최근 4개월간 수입차 월 평균 판매가 1만9000여대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무리 없이 넘어설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수입차 점유율은 15%를 돌파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국산차 내수 판매량은 118만2582대(상용차 제외)로, 국산차와 수입차의 판매 총합은 139만5242대다. 이 중 수입차는 15.2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수입차 시장은 2015년 '디젤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2009년까지만 해도 6만993대(점유율 4.9%) 판매에 불과했지만, 3년 뒤인 2011년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며 7%에 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했다.

매년 2%포인트씩 꾸준히 입지를 넓혀온 수입차 시장은 2015년 24만3900대를 판매, 역대 최고치인 점유율 15.53%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배출가스 조작사건의 여파로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가 중단됐고 이듬해 점유율은 14%대로 하락했다.

당시 수입차 시장 전체에서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때문에 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잇달았지만, 우려는 잠시에 불과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공백에도 수입차 시장은 일년 만에 15%대 점유율에 재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입차의 기세는 국산차 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수입차 전체의 월 판매량은 한국지엠주식회사와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차 마이너 3사를 추월한다. 한국지엠의 월 평균 판매량은 1만955대, 쌍용차는 8730대, 르노삼성는 8234대다.

또 수입차 양대산맥인 벤츠와 BMW의 월 판매량은 7000대에 육박한다. 경우에 따라 7000여대에 그친 성적표를 받는 3사를 이미 턱 밑까지 추격한 셈.

국산차 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내년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면 점유율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브랜드는 1년여 만의 '개점휴업'을 마지고 복귀하는 만큼, 판매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너진 딜러망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A4, A6, 티구안, 아테온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전략형 신차를 대대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디젤게이트가 터지기 전,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연간 판매량은 각각 3만대를 넘었다. 기존 판매량을 회복할 경우 수입차 시장 규모는 단숨에 30만대에 도달하게 된다.

더욱이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자동차 시장(신차 판매) 규모는 올해보다 1% 감소한 180만대로 예상된다. 반면 수입차 시장은 폭스바겐의 판매 재개로 15%가 넘는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국산차 시장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가 재개되면 수입차 시장 규모는 덩달아 확대될 것"이라며 "두 브랜드의 공백을 메꾼 일본차 브랜드들이 상승 궤도에 안착했고, 수입차 타 브랜드들의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내년 수입차와 국산차의 치열한 점유율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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