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가 100년 역사상 최초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였다. 르반떼(Levante)다.

르반떼는 2016년 3월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사실 마세라티는 대중화된 브랜드가 아니다. '1인 1엔진' 철학 아래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만큼, 무한대로 찍어낼 수 없다. 억 단위가 넘어가는 가격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마세라티의 장인 정신과 희소성, 프리미엄 이미지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마세라티의 올해 국내 판매는 2000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115대 수준이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비약적인 발전이다.

마세라티의 성장은 르반떼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반떼는 올해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1000대가 넘게 팔렸다.  

잔잔하던 바람이 어느 순간 저항할 수 없는 강풍으로 바뀌는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뜻을 지닌 르반떼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지난 5일 인천 송도와 영종도, 경인고속도로 일대에서 약 120km 구간을 달려봤다.

날렵한 쿠페 스타일 덕분인지 멀리서 바라본 르반떼는 대형 SUV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록 위풍당당한 차체에 압도됐다. 르반떼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5005㎜, 1970㎜, 1680㎜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세라티를 대표하는 '삼지창' 엠블럼이다. 이 엠블럼은 마세라티가 탄생한 이탈리아 볼로냐의 마조레 광장에 있는 거대한 넵투누스(바다의 신 포세이돈) 조각상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커다란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중앙에 자리잡은 은색의 삼지창은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삼지창 엠블럼 양 쪽으로는 각각 4개의 수직 바(Bar)가 길게 뻗어있다. 간결한 고급스러움이다. 특히 이 그릴은 평상시에는 닫혀있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냉각이 필요할 경우 자동으로 개폐되는 '전자식 에어 셔터' 기술이 적용됐다.

헤드 라이트는 좌우로는 길게, 위아래로는 가늘게 디자인 돼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빠른 속도감 역시 느껴진다.

측면부는 매끄럽다. 보닛에서 루프,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는 실루엣은 명백한 '쿠페' 스타일이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유선형의 디자인은 부드럽지만, 볼륨감이 넘친다.

프론트 펜더 위 쪽에 위치한 3개의 에어 밴트는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감각을 더해준다. C필러에는 마세라티의 삼지창 로고가 박혀 르반떼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특히 '프레임리스 도어'는 스포츠카 브랜드의 유전자를 그대로 품고 있다. 일반적인 차량의 경우 유리를 감싸는 뼈대(도어 프레임)가 마련돼 있지만, 쿠페나 컨버터블(카브리올레)은 뼈대가 없어 바로 지붕과 맞닿는다.

후면부는 역삼각형 모양의 입체적인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듀얼 타입의 트윈 머플러 팁을 장착돼 역동적이다.

<사진=이세정 기자>

운전석 문을 열자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르반떼S 그란루소.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실크 에디션에 이탈리안 프리미엄 라디카 우드 트림, 가죽 스티어링 휠이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브라운과 블랙 컬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실내는 우아했다. 인테리어 곳곳의 삼지창 마크는 마세라티만의 품격을 강조했다. 센터페시아 상단부 중앙에는 계란형의 아날로그 시계가 부착돼 고풍스러운 인상도 줬다.

시트는 몸을 착 감싸줘 안락했다. 체형을 가리지 않는 우수한 착좌감 덕분에 고성능 스포츠카를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죽으로 마감된 스티어링 휠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였다. 손 끝을 통해 전해지는 근사한 감촉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진=이세정 기자>

시동 버튼은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레이싱 DNA를 품고 있는 마세라티 다운 디자인이다. 시동을 걸자 르반떼는 기다렸다는 듯 깊고 묵직한 한숨을 토해낸다. '그르렁'하는 웅장한 배기음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다.

2979cc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된 르반떼는 5500rpm 도달시 최고 출력 350마력을 발휘한다. 1750rpm부터 4500rpm 사이에는 51.0kg.m 최대 토크를 낸다. 육중한 차체에도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단 5.2초에 불과하다.

도심을 벗어나기까지 천천히 주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으르렁 거리는 중저음의 배기음이 드라이빙 감성을 자극했다.

도심 구간을 벗어나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맹렬한 사운드가 귓바퀴를 지나 달팽이관을 울렸다. 더 밟아보라는 듯 울부짖는 엔진 소리에 심장 박동수는 빨라졌다.

가속페달을 한 번 밟았을 뿐인데 순식간에 치고나갔다. 숨겨져 있던 질주 본능이 깨어났다. 쿠페 디자인으로 공기저항계수 0.31을 실현해 스포츠카의 주행감을 그대로 발휘한다. 차체는 동급 SUV 대비 낮게 제작돼 기민하고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에서도 단단한 하체는 밀림없이 차체를 잡아준다. 풍절음은 배기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체감 속도와 실제 속도의 괴리는 무척이나 크다. 고속 주행에도 불구, 체감속도는 저속 주행 때처럼 안정적이다.

르반떼는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 전륜 서스펜션과 5링크 방식의 후륜 서스펜션 레이아웃을 채택했다. 특히 에어 스프링과 전자 제어 스카이 훅 쇼크 업소버가 장착됐다. 쇼크 업소버는 차량이 주행 시 노면 굴곡에 따른 흔들림을 차단해 승차감을 향상시켜주는 장치다. 이런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흔들림 없는 환상적인 고속 안정감을 구현했다.

<사진=이세정 기자>

2018년식 르반떼는 유압식이 아닌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했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더욱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또 주행 모드 지원, 새롭게 추가된 ADAS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르반떼는 마세라티 최초로 스톱 앤 고(Stop and Go) 기능이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향상된 제동 보조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장치 및 서라운드 뷰 카메라가 설치됐다. 특히 고성능 럭셔리카 최초로 하이웨이 어시스트,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 반자율주행기술(ADAS) 2단계가 적용됐다.

이날 시승을 마치고 확인해 본 연비는 4.8km/L. 복합 연비 6.4km/L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연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마세라티 르반떼는 그란스포트와 그란루소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최상위 모델인 르반떼 S의 판매가는 기본형이 1억5770만원, 그란루소가 1억6150만원, 그란스포트가 1억6590만원이다. 가솔린 모델 기준 판매 가격은 기본형 1억2740만원, 그란스포트 1억3560만원, 그란루소 1억3910만원이다. 디젤 모델은 기본형 1억2440만원, 그란스포트 1억3250만원, 그란루소 1억36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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