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월 청와대 앞에서 중형조선사 회생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중소조선업체 성동조선해양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노동계는 "성동조선 등 위기에 빠진 중소 조선소를 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청산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0일 노동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2개월 동안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산업경쟁력 진단 조사를 진행해 중견조선사의 운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은 지난달 채권단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성동조선해양의 존속 여부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앞서 11월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까지 금융권이 해오던 부실 기업 및 업종의 구조조정을 산업부가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전국금속노조와 조선산업노조연대도 "정부의 조선정책 부재가 한국의 조선산업을 서서히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융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 조선업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에서는 박건수 산업정책실장이 관계자들을 접촉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성동조선의 경우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생산하는 주력 선박은 11만5000톤급 중형탱커로 과거 5년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나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없는 한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동안 조건 없는 RG발급을 요구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반대해온 강성 노조에게도 책임 있다"며 "올해 감축된 인원 대부분이 엔지니어 등 기술 인력에 편중됐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은 올해 희망퇴직을 받아 500여명의 근로자를 내보냈으며 3월부터는 700여명의 노동자가 무급휴직을 해왔으나 이 과정에서 강성노조가 개입하면서 채권단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RG란 선주가 은행에서 지급보증을 받아 조선소 계약 미이행시 선수금을 돌려주는 제도로, 강도 높은 자구책 이행을 전제로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성동조선 노조는 자구안 선행을 요구한 채권단에 '추가 고통분담 불가 입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엔지니어링 등 기술 부문은 도외시하고, 고임금·고비용 구조에만 집착하니 RG 발급은커녕 청산가치가 당연히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클락슨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실제 무리한 양적 성장으로 한때 전 세계 시장점유율의 30%까지 차지했던 중국 조선소 75%가 문을 닫는 동시에, 지구촌 600개 이상의 중대형 조선소 가운데 200개 이상이 폐업하는 상황에 처했다.

SPP조선, 진세조선, 영창중공업, 가야중공업, 세광중공업, (주)세광조선, (주)21세기조선, (주)신아SB 등 여러 중소조선업체가 매각되거나 폐업하는 등 사업을 철수했다.

하지만 2006~2009년과 같은 호황은 반복되기 어려워 과거 예측 실패로 설립된 기존 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은 모두가 감내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가운데 중질유를 사용하던 기존의 선박들이 2020년부터 LNG 추진선 등으로 대거 교체될 예정이어서 LNG선을 비롯홰 해양지원선(Offshore Support Vessel, OSV) 등 특수선을 생산하는 체계로 중형조선소들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발효되는 국제해사규제로 선박이 다기능화, 친환경화, 원양화로 나아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한국의 중소조선업체들이 수익 모델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해양지원선이란 운송에서 설치,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기까지 해양플랜트와 관련된 업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선박으로 현재 선령 25년을 넘은 해양예인특수선(AHTS)은 1200척, 해양작업지원선(PSV) 1100척에 달해 신규 발주가 기대되는 선종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의 저가 경쟁을 이겨낼 가능성이 없는 조선소는 정리하는 것이 맞지만 불황 이후에 다가올 호황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고부가가치 상선과 특수선 쪽에 경쟁력 있는 회사는 살리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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