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빅데이터가 없는 인공지능은 무의미합니다. 유통산업에서 시도 중인 인공지능 접목이 '오토메이션'(자동화)에 치우진 점도 아쉽습니다"

손건일 IBM GBS 전무는 8일 제5회 유통산업주간 행사로 열린 '유통산업 융합 얼라이언스 통합포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손 전무는 "알파고와 이세돌 대전으로 화두가 되며 인공지능을 산업 각계 적용하려는 노력이 지속돼왔다"며 "향후에도 계속될텐데 어떻게 바라보고 도입할지 이 부분을 좀 더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에서 가장 어려운 게 빅데이터 부분"이라며 "유통업계 기술 도입 기본은 빅데이터가 돼야 한다. 이에 대한 관심이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내 유통업계는 빅데이터보다 인공지능을 강조하고 여기에 치우쳐 있다"며 "각 사업 부문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줄 수 있는 데이터 구축이 먼저여야 한다"고 했다. 

손 전무는 "제가 들여다본 바로는 국내 유통업체들은 어떤 상권을 전략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며 "지적하고 싶은 건 매출이 떨어진다면 매출이 왜 떨어지는지, 하락 원인이 경쟁사 마케팅 때문인지, 단순히 날씨 때문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손 전무는 이같은 상권 파악 등에 빅데이터 구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편의점 오후 삼각김밥 재고가 없고 휴일엔 특히 도시락과 삼각김밥이 빨리 떨어진다고 치자. 해당 편의점주는 원인을 잘 모른다. 알고보니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지역 교회 주말 운동회 때문이었다. 

이같은 외부 데이터 하나하나가 예전엔 존재하지도 않았고 활용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손건일 전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유통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은 데이터를 활용할 여지를 갖게 됐다는 점"이라며 "다시 말해 고객 동선 데이터, 지역 데이터 등 외부 데이터 하나하나를 구축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데이터가 방대해지면서 해당 데이터를 유통과 소비자에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를 두고 연구와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월마트는 세계 가장 큰 유통기업답게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했다. 

손 전무는 블록체인 도입은 기술이기는 하지만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어서 많은 참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돌·네슬레·유니레버 등 다양한 적용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국내 정부나 학계, 유통·기술업계가 도입을 위해 모두 함께 고민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손 전무는 국내 유통업계에 아마존이나 월마트 등 해외기업들의 인공지능 적용 흐름도 간과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국내 오픈마켓 재고품목수(SKU)는 3000∼4000만개 가량이지만 아마존은 3억8000만개에 달한다. 

손 전무는 "아마존 상품 추천이라든지 업데이트 과정을 보면 굉장한 노하우가 보인다. 국내 업계도 내년 한해 조금 더 정교화한 작업으로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동우 롯데그룹 상무도 롯데 옴니채널을 설명하며 개별 고객 데이터를 강조했다. 롯데백화점 쇼핑 어드바이저는 고객과 상품 약 350만개 가량 빅데이터에 기반, 고객과 상품을 이해하고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욱 정교한 개인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여기엔 IBM 인공지능 '왓슨'을 적용했다.

추 상무는 "이들 고객 개별 데이터와 물류가 만나면 롯데 온오프연계 옴니채널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백화점과 전문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포맷에서 고객에게 쇼핑 경험을 통합해주는 옴니채널 과정은 향후 간편 결제 기반의 '보이스 커머스'를 지향하고 있다. 옴니채널 서비스 완성 시점은 2020년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상무는 세븐일레븐 핸드페이 결제 무인점포 '시그니처'를 설명하며 유통업계 편의점산업과 4차산업간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앞서 5월 롯데월드타워에 25평 규모로 선보인 시그니처엔 인공지능 360도 스캔 POS 시스템 등 신기술이 집약돼있다. 

김영혁 상무는 "핸드페이가 단순히 롯데카드만의 기술이 아니고 바이오페이 선점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 향후 그룹내 백화점과 마트에도 이같은 결제가 상용화돼 바이오페이 시작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이어 "시그니처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적용 신기술 중 360도 스캔 핵심인 스캐너가 국산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스캐너를 이태리에서 수입해 밑에 벨트를 만들고 다가가면 벨트가 자동 구동되도록 구현했다. 향후 국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나서서 스캐너를 국산화해준다면 투자비가 많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인 계산대만 7000만원 가량이 소요됐다. 편의점 ICT만 빼면 투자비는 2억원 가량이고 이외 ICT 투자비만 별도로 2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무인점포 시그니처는 코리아세븐 본사에 2호점을 출점할 예정이다. 다음 주 첫 '시그니처' 재고 조사 결과가 예정돼 있다. 입점한 롯데월드타워 입주율이 오르면서 시그니처 매출도 동반 상승 중이다. 

이외 안상철 렛시 대표는 증강현실 등 국내 유통업계 도입 사례를 짚고 "대부분 매장 게임으로 집객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사용 중"이라며 "제품 구매 유도 등 다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유통산업 융합 얼라이언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올해 4월 발족, 유통산업과 ICT산업간 융합과 혁신을 위한 협업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50여 차례 수요 조사와 융합 신기술 참여 등으로 활동해왔다.

이번 포럼은 얼라이언스 추진 경과와 유통산업의 미래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래 유통산업 핵심 과제에 내년부터 향후 5년간 170억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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