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슬란(왼쪽), 기아차 K9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아슬란'과 'K9'이 각기 다른 결말을 맞게 됐다. 아슬란은 단종 수순을 밟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반면, K9는 내년에 후속 모델로 재탄생 한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말께 아슬란의 추가 생산을 중단한다. 이로써 아슬란은 출시 3년 2개월 만에 현대차 세단 라인업에서 방을 빼게 됐다.

아슬란은 지난 2014년 10월 '최고급 전륜구동 대형 세단'으로 탄생했다. 당시 국내 대형차 시장은 독일계 후륜구동 차량이 70% 가량을 차지했던 만큼, 아슬란의 등장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차는 아슬란으로 틈새 시장을 노렸다. 후륜구동 차량의 경우 소음과 진동이 단점으로 꼽혔던 만큼, 정숙성을 원하는 고객층을 포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출시 첫 해에 월 1000대 이상씩 판매된 아슬란은 현대차의 '비밀병기'라고 불리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듬 해부터 판매량이 뚝뚝 떨어졌다. 현대차가 설정했던 연간 판매 목표 2만2000대가 무색할 정도였다. 2015년 판매량은 8629대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2246대다. 특히 올 들어 11월까지 아슬란은 고작 438대 팔리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아슬란의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포지셔닝해 있다. 2015년 독자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별도로 출범하면서 아슬란은 현대차 내 최상위 세단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힐 동안 아슬란은 플래그십 모델에 걸맞는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아슬란은 한 단계 아래급인 그랜저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별다른 차별화를 꾀하지 못했고 오히려 가격만 비싸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혁신에 가까운 수준으로 탈바꿈한 그랜저IG가 출시되면서 아슬란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 K9 역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슬란과는 다른 운명을 맞았다. 기아차는 내년에 K9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내놓고 기사회생을 노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K9는 2003년 오피러스 출시 이후 9년 만인 2012년에 나온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약 5200억원의 연구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출시 첫 해에만 신차효과를 '반짝' 누렸을 뿐, 꾸준히 판매가 줄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판매량은 절반씩 뭉텅 빠져나가고 있다. 2015년 4294대, 2016년 2555대가 팔린 K9은 올 들어 11월까지 1402대 판매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내년 초 K9의 후속 모델을 선보여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K9 후속 모델은 새로운 차명을 부여받게 된다. 엠블럼도 새롭게 제작된다.

특히 기아차는 K9 후속 모델의 차체 크기를 키우고, 파워트레인 개선 등을 통해 제네시스 EQ900에 맞먹는 상품성을 확보하게 된다. 엔진은 EQ900과 동일한 V6 3.3리터 트윈터보 가솔린, V6 3.8리터 가솔린, V8 5.0리터 가솔린을 탑재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아슬란과 기아차 K9은 겉으로만 각 사의 플래그십 세단이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계륵'에 불과했다"면서 "현대차는 아슬란을 단종시키더라도 제네시스라는 차선택이 존재하지만, 기아차의 경우 세단 라인업이 세그먼트별로 한 대씩 밖에 없다. K9 단종보단, 후속 모델 출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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