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바르질라사의 LNG연료탱크 기술이 장착된 선박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LNG 선박 발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 3사의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LNG 추진선과 조선 3사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지만 원천기술 확보 없이는 판도가 언제든 바뀔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 해운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 조사를 보면 현재 전세계 바다에 떠 있는 선박 9만4543척 가운데 선령 20년 이상인 선박이 3만9266척으로 41.5%에 달해 대규모 발주가 임박했다.

LNG추진선은 액화천연가스를 원료로 운항하는 선박으로, 올해 독일 함부르크박람회회의(HMC)에 참가한 글로벌 선주사 10곳 가운데 4곳이 선박 교체를 고려할 정도로 노후선박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수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원천기술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주문받은 선박을 조립하는 지금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핵심기자재인 엔진은 수입산이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인데 한국은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기술개발에 대한 절실함이 없다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13년  삼성중공업이 인천만공사가 발주한 아시아 최초의 LNG추진선 '에코누리호'를 제작했으나 여기에는 독일 만(MAN)사의 엔진이 장착됐다.

일신해운이 발주한 50K급 LNG추진 벌크선을 올해 말 진수할 예정인 현대미포조선의 사정도 같다. 현대중공업에서 공급받는 엔진은 만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제작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엔진 하나당 라이센스 비용은 1000~20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만사와 함께 LNG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회사는 핀란드 바르질라사다. 이처럼 유럽의 두 업체가IMO환경 규제에 맞춰 LNG추진선 시장 점령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 기술력은 LNG운반선 제작에만 치중됐다.

결과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 3사가 전세계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가졌음에도 'LNG Containment System 라이센스' 등 원천기술 역시 프랑스, 독일이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도 배 한 척당 막대한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

해양플랜트도 마찬가지여서 설계 기술과 기자재 국산화가 뒤쳐져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됐다.

바다 위의 정유공장으로 알려진 부유식생산설비(FPSO) 발주자의 설계 변경 요청이 잦기 때문에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공기가 길어지면서 제작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니어링 기술력 강화를 소홀히한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건설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도크에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고임금·고비용이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쳐 있다"며 "기술경쟁력 강화에 구조조정까지 해야 하니 플랜트업계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업의 수요변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술력 있는 중형조선소의 존속가치를 과소평가해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정미경 조선 4.0 연구모임 교수는 "많은 조선기술자들이 살길을 찾아 인접 조선 경쟁국인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로 떠나면서 고급조선기술이 유출되고 있다"며 "기술 중심의 사업의 다각화와 중소형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대·중·소 조선업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을 막아야 할 때"라며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조선해양플랜트산업 컨트롤타워 설립 등 중장기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