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빠르지는 않지만 정확하고 두루두루 살필줄 아는 덕장 스타일"

현직에 있는 금융권 고위 인사는 본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손태승 우리은행 내정자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달 2일 이광구 은행장의 갑작스런 사임표명으로 후임절차가 급박하게 진행됐다. 이후 최종후보로 선정된 상업은행 출신이자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낸 최병길(64) 삼표시멘트 대표를 누르고 손태승(58)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이 내정됐다.

손태승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를 졸업한 후, 1987년에 우리은행에 입행해 전략기획부장, 우리금융지주 상무, 관악동작영업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선임 부문장으로서 은행장 업무를 대행 중이다.

임추위 위원들은 손태승 내정자가 영업을 비롯해 전략과 글로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특히 글로벌부문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담당하던 IB, 자금시장, 외환 등 전 부문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성과와 추진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태승 내정자는 면접당시 비전으로 ▲균형성장과 건전성 관리강화 등을 통한 국내부문의 내실경영, ▲동남아 중심의 질적성장을 통한 글로벌부문의 현지화 경영, ▲차세대ICT 시스템 안착 및 4차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한 디지털 경영, ▲소통 및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통한 신뢰경영, ▲사업포트폴리오 최적화 및 금융지주 체제 전환을 통한 미래경영을 제시하였으며, 임추위 위원들도 손 내정자의 미래전략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민선 2기를 이끌 손태승 내정자의 키워드는 ‘빠른 결단력’이다.

‘글로벌통’으로 꼽히는 그는 4년간 글로벌 부문을 이끌면서 해외 사업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어 냈다. 굵직한 M&A와 현지화를 통해 2013년 말 64개였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날 현재 281개로 늘렸다.

손태승 내정자와 같이 일해본 이들은 결단력과 추진력도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손 내정자가 조직에서의 위치 때문에 뒤에 조용히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업무를 추진할 때에는 꼼꼼하면서도 결정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손 내정자는 22일 예정된 공식 임무 시작 전부터 조직화합이란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일대일 합병으로 만들어진 우리은행은 양 은행 출신 간의 갈등으로 적지 않은 파열음을 내왔다.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배경에도 고질적인 내부 계파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손 내정자는 행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조직 화합'이라는 최대 과제를 안게 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갈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합병한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제가 행장이 돼서 계파갈등이 없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출신 은행 문제, 학교 문제, 지역 문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로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인사 시스템의 공정성을 내세웠다. 손 내정자는 "성과에 의해 평가하고 인사해 나가면 (계파갈등에 대한) 잣대도 흐려질 것"이라며 "리더가 포용적 리더십을 갖고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공평한 인사를 하면 된다. 행장이 되면 갈등 문제는 최소화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임·직원 인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단행해서 조직을 안정화할 것"이라며 "(상업·한일은행 출신을) 동수로 생각하지 않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인의 수석부행장 체제의 장점을 살린 부문장 제도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도 밝혔다.

손 내정자는 민영화 추진을 위한 잔여지분 매각 등의 과제와 관련해선 "매각 주체가 아니고 객체이기 때문에 관계기관이 결정할 문제"라고 자르면서도 "결정이 이뤄지면 최대한 지원을 해서 빨리 민영화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신입사원 공채 시스템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높일 것을 약속했다. 그는 "채용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하겠지만 100%는 아닐 것"이라며 "면접 과정이나 채용 프로세스가 적정한지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치는 등 아웃소싱을 적절히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경영 전략으로는 기업문화 개선을 비롯해 디지털 선도 경영, 인수합병(M&A) 등에 초점을 뒀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사진=이태구 기자>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적극적으로 보완해 디지털 선도은행이 될 것"이라며 "기업문화 개선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하면 M&A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M&A를 하겠다"며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이 되는 곳은 없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과점주주 및 이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내년도 우리은행의 슬로건으로 손 내정자는 '2018 우리 투게더'를 제시했다. 그는 "전 직원이 화합하고 단결해서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부분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고 싶다. 서민금융과 벤처 창업에 대한 대출도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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