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거제시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실 기업 및 업종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지금까지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던 구조조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양상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해운업과 조선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협의체계를 구축,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산업부가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과 조선업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다"며 "조선과 해운이 따로 노는 바람에 내년 6월 출범 예정인 해양진흥공사도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산업부 발표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백운규 장관은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에 대해 산업적인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부 역할이 실종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산업부가 그동안 소홀했던 조선, 해운, 경제전문가 등 각 부문의 의견이 반영될 지도 관심사다.

조선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아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 온 중형조선소의 경쟁력을 올리면 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래의 조선해양산업을 위해서는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하는 중형조선소와 기자재산업을 튼튼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것.

조선업의 대부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도 한진해운 파산 당시 "우리가 1~2년 머뭇거리는 사이에 중국과 일본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한국도 이제 겨우 장년에 불과한데 벌써 넋을 놓은 것이냐"고 우려한 바 있다.

다행히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산업구조와 지역경제 문제 등을 모두 검토하고 산업전반에 큰 그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부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힘을 백운규 장관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STX조선행양의 수주 선박 7척에 대한 RG가 발급되기도 했지만 수주 절벽이 여전한 다른 중형조선소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채권단인 수출입은행의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7000억원으로 존속가치 2000억원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문을 닫는 것이 이익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수은 측은 최종 결정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성동조선은 벼랑 끝으로 빠져들고 있다.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는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청산가치가 높다고 언론에 흘려 새 정부에 부실경영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격앙했다.

또 통영시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수출입은행에 성동조선을 되살려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이 채권단과 꾸준한 소통을 노력을 기울였던 STX조선해양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STX조선해양은 이달 초 RG발급이 미뤄지자 산업은행측이 추가로 제시하는 자구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내 놓은 바 있다.

즉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입장으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노동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십년의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20년대 일본의 부상으로 조선업 위기가 현실화되자 독일은 '해양선박건조금'을 조성해 조선사 지원에 나섰다. 1983년까지 재구조화 지원금, 선주 세금 우대 등의 정책을 펼쳐졌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17개에 달하던 대형조선소가 2개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으나 2000년 등장한 슈뢰더 정권은 조선을 넘어 해양으로 눈을 돌려 전국조선해양 컨퍼런스(Nationale Maritime Konferenz, NMK)를 조직했다.

이후 2년에 한번 개최된 이 컨퍼런스는 조선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토론의 장이 됐다. 여기에서 나온 결과에 의거해 2011년 연방정부, 주정부, 기업 및 산업, 연구소, 협회로 구성된 '국가조선해양기술매스터플랜(NMMT)이 탄생했다. 

노·사·정·학이 산업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한 결과 대형조선소는 사라졌으나 기술 경쟁력을 중심으로 조선 및 해양기술 분야 전체 약 2800개 기업에서 약 40만명이 일하고 있는 현재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런 위기 해법은 문재인 정부 정책이 이대로 가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 앉을 것을 우려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측에 전달한 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 16일 "기업 정책이 현상태 연명에만 머물러서는 경제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직접 전달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대형조선소가 먼저 성장한 한국은 중형 조선소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려는 중에 있다"며 "미래의 조선해양산업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담보용 RG기금부터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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