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며 핵심 수단으로 내세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부업체들의 대출 정보공유 거부라는 벽에 부딪혔다.
금융위원회 등록된 대부업체 75%가량이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한국신용정보원’에 관련 대출정보 제공을 꺼린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의무 등록대상인 대형 대부업체 1186개사(올해 10월말 기준) 중 한국신용정보원에 대출정보를 등록·공유한 업체는 불과 300개사도 안 된다.
의무등록대상 업체의 25%만 대출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대출정보도 은행은 제외된 채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있다.
이처럼 대출정보 공유가 시작부터 벽에 부딪히며 정부가 DSR 규제를 정확히 적용하기엔 한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엔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한계 대출자들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소위 대출정보를 공유치 않는 대부업체로 몰려가 대부업 ‘대출 쏠림’현상도 예상된다.
내년 하반기 DSR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이를 제대로 실행키 위해선 신용정보 공유 체계에 대한 전반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DSR은 은행은 물론 대부업 등 제2금융권까지 고객이 지닌 전 금융기관의 빚을 원리금을 합쳐 갚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새로운 상환능력심사 지표다. 대부업체들이 대출 정보를 금융권에 공유치 않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과연, 금융감독당국이 고객의 대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은행권에서 7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부업체에 별도로 빚이 3000만원이 있어도 해당 대부업체가 신용정보원에 대출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이상 대부업체 대출 3000만원은 DSR 산정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대출이 쉽지 않은 대출자들의 경우 당국의 빚 관리체계 사각지대에 있는 대부업체로 몰려가 결국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크다.
신용정보원 측도 금융당국에 등록해야하는 대부업체의 신용정보 등록을 독려코자 설명회를 열거나 안내자료등을 발송하지만 대부업체의 호응은 여전히 낮다는 애로점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당국에 등록된 전체 대부업체 수는 2016년말 기준 현재 8654개다. 이중 금융위 등록 대형 대부업체는 851개사에서 올해 들어 10월말 현재 1186개사로 39.4% 늘었다.
금융당국은 2016년 7월부터 자산 120억원이상 대형 대부업자와 2개 이상의 시도에서 영업하는 전국 단위 대부업자,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매입채권추심업자 등을 지자체가 아닌 금융당국이 직접 등록을 받고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의 대출정보 집적이 쉽지 않는데는 대부업체들이 신용정보를 공유치 않아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가 모두 신용정보 등록 대상이지만 설령 신용정보를 공유 안해도 사실상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부업체 입장에서도 저축은행, 인터넷은행, 시중은행 등 타업권과의 대출정보 공유가 내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은행권과 대부업 대출정보를 공유시 은행과 대부업 모두를 거래해온 고객들의 은행권 거래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이 은행 거래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자연히 이들이 대부업체와의 거래를 끊으려 할 것 아닌가? 이 경우가 대부업계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속에서 대부업체가 은행과의 정보공유에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정보공유를 꺼리는 데는 솔직히 이같은 고민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선 모든 대부업체 정보 공유에 현실적 어려움이 크고 관련 정보가 모두 공유되지 않아도 DSR산정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을 취급하는 대부업자 대부분이 신용정보원에 등록 돼 있다. 반면 대부업 대출의 경우 금액이 크지 않아 솔직히 DSR 대출한도 산출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대부 잔액은 14조6000억원이며 1인당 평균대출잔액이 586만원 정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무자들 사이에선 대부업 대출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대부업권이 이에 대한 진진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금융 학회 관계자도 “모든 대부업체 정보를 신용정보원에 등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소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 DSR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대부업체 정보까지 모두 DSR 산정에 포함해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부터 모든 정보를 집중하고 공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DSR(Debt Service Ratio·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연간 소득 대비 금융권 전체 대출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등 전 금융권 대출의 상환 원리금을 부채로 잡는 만큼 기존 DTI보다 엄격한 대출규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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