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대출규제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는 가운데, 부동산 경매가 틈새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왔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14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부채 경감을 위해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액까지 포함시켜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을 원천 차단키로 했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통해 수도권내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지만, 직장인들의 내집 마련의 길은 더욱 멀어졌다.

예를 들면 연봉 6000만원 직장인이 집을 사면서 대출을 받을 때 지금은 1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신DTI를 적용하면 절반도 안 되는 5500만원 정도다.

서울시 강북권 6억원 대 집을 구입하려면 5억이 필요하게 되면서 자금 여력이 없는 서민들 사이에서는 경매 부동산이 내집 마련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원 지방법원 인근 경매전문업체 한 관계자는 "부자들의 특권으로 인식돼온 경매에 최근 직장인과 서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1억원이 안 되는 종잣돈으로 서울시내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혼을 시작한 박 씨는 DTI 규제가 강화되기 전인 올해 초 서울시 강북구 4억원대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종잣돈은 9000만원이었으며 경락잔금대출까지 활용해 80%에 가까운 자금을 빌릴 수 있었다.

경락잔금대출이란 법원 경매나 공매로 낙찰 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이 잔금을 대출해주는 것으로,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근저당을 설정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박 씨는 "경매를 경험한 결과 규제법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물건과 관련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기존의 부동산보다 신뢰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가 아니라도 대법원경매정보나 민간경매정보를 통해 물건내역은 물론 임대차관계, 권리관계 등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해당 경매물건에 대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실제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후 침체됐던 서울 주거시설 경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10월 서울 주거시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대비 3.3%포인트 상승한 97.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6월 100.5%를 기록한 이후 9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경매 부동산에도 DTI 강화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1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경매는 42건이 진행돼 27건이 낙찰되면서 지난 주 50.0%보다 14.3%포인트 상승한 낙착률을 보였다. 평균 응찰자 수도 5.5명에서 7.3명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내년부터 실시되는 신DTI등 대출 규제로 시장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8월 2일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10월 전국 법원경매 평균 낙찰률은 37.8%로 전월(39.5%)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지난 7월 연고점(42.9%)을 찍은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이는 2015년 12월 37.4%를 기록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낙찰률로 평균 응찰자 수도 크게 줄었다.

10월 전국 평균 응찰자는 경매 물건당 3.7명으로 전월 대비 0.1명 감소해 2016년 1월 3.7명을 기록한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땐 일시적인 규제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DSR) 비율을 내년 하반기부터 강화할 예정이어서 경쟁률, 낙찰률 하락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서민들에겐 경매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낙찰에 대한 욕심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지나치게 낮은 감정평가액을 기대했다가는 입찰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혼자 결정하는 것 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이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