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금융감독원에 대한 예산 통제 권한을 두고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금융사들로부터 받는 분담금을 기획재정부가 통제하는 '부담금'으로 바꾸려는 법안이 추진되다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위원회 심사 안건에서 빠졌다. 일단,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간 갈등이 물밑으로 들어간 모양새다.

국회 기재위 소속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감사원이 지적한 금감원의 방만 경영 등을 막고자 금융회사 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지정해 기재부가 통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14일 "금감원 예산에 대한 통제가 금융위는 물론 기재부까지 중복돼 관치금융의 폐해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고 감독체계개편 관련 법률안과도 연관 있다"며 심사 보류가 합당하다는 의견으로 기재위에 전달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도 국회 정무위 회의에 출석해 분담금의 부담금 전환은 적절치 않으니 현행 유지가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히려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통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싸고 기재부와 금융위간 밥그릇싸움 양상을 보인 것이다.

기재부는 매 해 1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과 '준 공공기관', '기타 공공기관'을 지정해 왔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기관이나 단체는 예산 편성과 집행 부문에서 기재부의 감독을 받게 된다. '준 공공기관' 이상으로 지정시 경영 평가까지 받게 돼 통제 수위도 그만큼 높아진다.

금감원은 지난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에 중립성이 필요한 감독기구하는 특성을 고려해 공공기관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감원은 이후 금융위의 예산 통제만 받아 왔다.

금융위 입장에서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감원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기재부에 넘겨주게 된다. 금융위 입장에선 단연 그동안 괸리해 오던 밥그릇을 빼앗기게 되는 것인 만큼 금감원의 공공 기관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금융위 측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금감원의 독립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면에서 정부의 입김등에서 자유롭게 금융(감독)위원회라는 회의체 기구를 설립했다. 그동안 금융감독 실무를 담당하는 금감원이 이 위원회의 통제만 받으며 독립성을 유지해왔다. 공공기관 지정 자체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를 함축하는 것으로 금감원 설립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의 통제권을 둘러싸고 이같은 기재부와 금융위 간 갈등도 대통령 공약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본격 실행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으로 본다.

현재 감독체계개편 관련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위가 가진 금융산업정책 수립 기능은 기재부로, 감독기능은 금감원으로 넘기고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기능은 독립시키자고 주장한다. 금융감독기구와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두 독립적 기구가 운영되면 사실상 현재의 금융위원회는 자연히 해체된다. 이 경우 중립성이 중요한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통제는 국회가 맡거나 기재부가 맡게 된다. 다만, 기재부가 담당시 '지휘'의 개념이 되어선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 한다.

금융학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경비성 예산에 대해서 기획재정부가 통제하고 있지만 한은이 기재부의 '지휘'를 받는 것은 아니다. 기재부가 한은의 통화정책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서 통제를 하지 않는 등 신사협정을 명확히 지켜온 탓이다" 며“ 기재부 역시 금감원 예산을 통제하는 자리에 서려면 금감원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감독 방식을 설계해야지 지금처럼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해서 해오듯이 지휘하는 모양새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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