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일부 주주들의 입장을 제한 중인 청원경찰들.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경직된 표정으로 무채색 정장을 입고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들. 다른 이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고 시장을 방불케 하는 시끌시끌한 목소리들. 안건을 듣고 언성을 높이는가 하면,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과 욕설을 내뱉는 사람까지.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7년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현장 분위기다.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총 4개의 안건이 상정됐다. ▲사내이사 선임 건(사내이사후보 윤종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기타비상무이사후보 허인) ▲사외이사 선임의 건(사외이사 후보 하승수) ▲정관 변경 건 등이다.

20일 재선임된 윤종규(오른쪽)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중 사내이사 선임 건이 의결되면서 윤종규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 안건이 의결되자, 윤 회장은 "원안대로 상정됐다"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자신의 재선임을 알렸다.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도 의결되면서 허인 후보자가 차기 국민은행장에 선임됐다.

임시주총은 1시간 가량 정회되기도 했다. 일부 주주가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 사전의결권 적절성 여부 확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7년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를 향해 주먹을 들고 일어난 한 주주. <사진=김채린 기자>

정회 여부를 두고 일부 주주는 서로를 향해 막말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 고령의 한 주주는 "XX이야"라면서 KB노조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다른 주주를 향해서는 "X고 싶냐"며 삿대질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주주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조용히 좀 하라"고 타일렀다.

결국 한 주주가 "정회하자는 사람도 속개하자는 사람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절충안을 찾자"고 말하자 주총은 정회됐다.

이후 재개된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건과 ▲정관 변경 건은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 건은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했고, ▲정관 변경 건은 KB노조 측에서 철회했다. 노조는 해당 안건을 오는 2018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재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사외이사 선임 건과 ▲정관 변경 건이 다뤄지자 주주총회장 곳곳에서는 "의장!"을 외치며 발언권을 얻으려는 주주들의 손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한 주주는 "현재 KB금융은 주주제안에 의해 선임된 이사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제안은 하승수 변호사가 독립적으로 사외이사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주는 "주주제안권으로 안건이 상정된 건 최초"라면서 "(현재 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많이 애쓴 것으로 알고 있고, 그 결과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주가가 말해주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하승수 후보와 관련,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주는 "하승수 후보가 훌륭한 분이긴 하지만, 현재 있는 이사와 중복된다. 이 시점에서 사외이사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는 알기 어렵다"면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 제도는 각계 사외이사 후보 중 투표로 선임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는 형평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하승수 후보를 통해 주주의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주주는 "주주들이 실제로 추천한 사외이사가 결격사유가 없다면, 해당 사외이사를 통해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엄밀하게 말해 사외이사가 KB금융의 주인으로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주총 입장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주주도 있었다. 불만을 제기한 주주는 "과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주총을 진행했던 KB가 입구에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줘도 입장이 제한돼 겨우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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