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세정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한국지엠주식회사가 올해 초 출시한 쉐보레 '올 뉴 크루즈'에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지난 2월 9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신형 크루즈는 '차급을 뛰어넘는 프리미엄 세단'을 목표로 탄생했다. 한국지엠은 판매 비중이 높은 가솔린 모델을 우선 투입했다.

신형 크루즈는 출사표를 던지며 "현대자동차 아반떼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준중형차 시장을 흔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경쟁 차종 대비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주를 이었다. 적당한 성능과 가격을 추구하는 준중형차 시장의 경우 타 세그먼트에 비해 가격에 민감하다. 가격 책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신형 크루즈가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인도된 3월부터 10월까지 내수 시장 누적 판매량은 8452대다. 월평균 판매량은 1056대로, 마냥 나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월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부진이 두드러진다. 판매 첫 달에만 2000대를 넘겼을 뿐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달 판매량은 297대에 머물렀다. 쓸쓸한 참패다.

이런 와중에 한국지엠은 크루즈 부진 타개책으로 디젤 엔진업을 추가했다. 지난 2일 열린 '올 뉴 크루즈 디젤 미디어 시승회' 당시만 해도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 6일 공식 판매가가 공개되자 가솔린과 마찬가지로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크루즈 디젤은 결코 비싼 차가 아니다. 오히려 제 값을 하는 차다. 가솔린 모델에서 입증됐 듯 이미 압도적인 상품성을 확보했고 뛰어난 연료 효율성까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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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크루즈 디젤은 가솔린 모델과 비교할 때 외관 변화는 없다. 달라진 점이라면 심장에 디젤 엔진을 얹은 것이다.

시승을 위해 마주한 크루즈 디젤의 디자인은 강렬했다. 다부지고 속도감이 느껴진다. 이전 세대보다 전고를 10mm 낮게 제작한 효과다. 쉐보레 브랜드 큰 형과 작은 형격인 임팔라와 말리부의 디자인 디테일을 계승해 고급스러운 인상도 챙겼다.

후면 트렁크 오른쪽에 위치한 파란색 'TD' 배지가 디젤 모델이라는 정체성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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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경쟁 모델 중 가장 긴 차체 길이(전장)를 확보한 만큼,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이전 모델 대비 휠베이스는 15mm 커졌고 전장은 25mm 늘어났다.

신형 크루즈의 전장은 4665mm다. 아반떼(4570mm)나 르노삼성자동차 SM3(4620mm)와 비교할 때 최소 45mm에서 최대 95mm까지 크다.

크루즈의 실내 공간과 직결되는 축거(휠베이스)는 2700mm로, 국내 준중형차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크루즈의 실내 거주성은 중형 세단과 맞먹는다.

뒷좌석에서 비스듬하게 앉아보고, 다리를 좌우로 벌려봤다. 걸리적 거리는 느낌 없이 안락했다. 차급을 뛰어넘는 크기를 몸소 체험할 수 있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심플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8인치의 고해상도 풀컬러 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다. 그 아래에는 직관성을 최우선으로 한 버튼들이 각 잡고 있다. 가죽 시트와 부드러운 촉감의 마감재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4 가솔린 터보 모델의 경우 LS, LT, LT 디럭스, LTZ, LTZ 디럭스 총 5개 트림으로 운영됐지만, 1.6 디젤 모델은 LT, LT 디럭스, LTZ 총 3개 트림이다. 엔트리 트림을 없애 '프리미엄 준중형차'라는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이날 시승 코스는 서울 마포구의 카페 무대륙에서 출발해 경기도 양주시 범산골 캠핑장을 왕복하는 약 90㎞ 구간.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코스를 골고루 달릴 수 있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최신 1.6 리터 CDTi 디젤 엔진과 GEN 3세대 6단 변속기가 조화를 이룬 크루즈 디젤은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낸다.

시동을 걸었다. 생각보다 정숙했다. 괜히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명은 얻은 게 아니다.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였다. rpm이 높아지자 디젤 특유의 긁는 소음이 발생했다. 하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초반 주행을 이어갔다. 고속 구간에 들어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가솔린 모델(24.5kg.m)을 능가하는 높은 토크를 확보한 덕분인지 용수철처럼 치고 나갔다.

일반 도로에서는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지 않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었다. 답답함도 없었다. 고속 주행에서는 탄력적으로 차체를 움직여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풍절음은 크지 않다. 다만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비롯된 마찰음이 바닥에서부터 전해진다.

앞좌석 바로 위 천장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알려주는 표시가 뜬다. <사진=이세정 기자>

와인딩 구간에 들어서서 크루즈 디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모델보다 공차 중량을 110㎏ 줄이고 디젤 엔진 탑재에 따라 재설계된 서스펜션 덕분에 날렵한 움직임을 보였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급커브 구간에서는 단단한 하체가 잘 버텨줬다. 가솔린 모델보다 뛰어난 접지력을 발휘했고 밀림 현상도 없었다. 노면에 바퀴가 착 달라붙은 느낌이다. 운전자의 스티어링 휠 조작에 민첩하고 정확하게 반응했다. 가파른 언덕 구간에서도 힘이 달리기보단, 오히려 튀어나갔다.

혼잡한 도심 구간에 접어들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차가 멈추자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적막감이 멤돌았다. 디젤 모델 전 트림에 기본 탑재된 '스톱 앤 스타트' 기능(stop & start) 기능이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전방 추돌 방지 시스템을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이세정 기자>

크루즈컨트롤 기능은 단순하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 주는 역할이다. 앞 차와의 차간 거리 유지 기능은 없다. 앞 차와의 간격이 좁아지자 운전석 앞유리에 적색 LED(발광다이오드)가 투사됐다. 전방 추돌 위험이 있으면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위험을 경고해 준다.

편의장비 면에서 실내 공기 순환을 돕는 뒷좌석 에어덕트와 겨울철 동승자 편의를 위한 2열 열선 시트가 새롭게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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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실 주행연비는 15.8km/ℓ로, 복합연비 15.5km/ℓ(18인치 타이어 기준)보다 높게 나왔다. 급가감속 주행과 과격한 코너링을 고려할 때 훌륭한 수준이다.

한국지엠은 올 뉴 크루즈 디젤이 동급 최고의 퍼포먼스로 국산 준중형차를 뛰어 넘어 독일산 경쟁차와 견줄 성능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경쟁 모델보다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급 최초로 적용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과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시스템, 자동 주차 보조시스템, 전좌석 안전벨트 경고 시스템, 급제동 경고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 프리미엄 사양만 봐도 절대 비싸지 않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고속 주행 안정성과 핸들링 성능 역시 중형차급에 도전할만 하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의 가격(부가세 포함)은 LT 2249만원, LT 디럭스 2376만원, LTZ 255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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